‘착한기업 펀드’ 관심은 높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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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목받는 ‘사회책임투자’ 아직 포트폴리오 차별성 부족하고 벤치마크 지수 개발 안돼 고전중… 평균 수익률, 코스피 상승률 밑돌아

문재인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에 따라 착한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종목 구성 등이 다른 일반 펀드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무늬만 착한펀드’로, 수익률도 아직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출시된 펀드를 제외한 15개 SRI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24일 기준)은 13.74%로,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16.04%), 코스피 상승률(16.78%)보다 낮은 수준이다. 사회책임투자란 단순히 실적을 많이 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환경(Environment)과 사회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돈만 잘 버는 기업이 아니라 착한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SRI 펀드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종목 구성상의 문제 때문이다. KG제로인과 동아일보가 이들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6개 SRI 펀드(재간접형 제외)의 포트폴리오에 담긴 비중 상위 10개 종목 중 25.7%는 코스피 시가총액 10위 종목이었다. 결국 ‘SRI 펀드’라는 이름만 가진 시총 상위주 펀드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펀드매니저가 수익률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코스피 수익률을 따라가기 바빠 종목 선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결국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를 많이 담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이렇다 할 벤치마크 지수가 개발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한국거래소가 개발한 ‘ESG 리더스 150지수’가 있지만 마찬가지로 코스피200과 편입종목이 별반 다르지 않고 수익률도 뒤처진다. SRI 펀드 자문을 맡고 있는 서스틴베스트 박종한 투자분석팀장은 “외국의 경우 주요 지수와 차별화돼 있으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ESG 지수가 개발돼 다양한 펀드 투자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의 사회·환경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 SRI 투자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RI 펀드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주요 투자전략 중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익 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뿐 아니라 환경보호나 사회공헌에도 힘쓰는 기업은 그만큼 지속 가능한 기업이라는 판단에 따라 대형 연기금들부터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박신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SRI 투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기업의 ESG 공시제도 개선 등을 통해 국내 사회책임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펀드#착한기업#사회책임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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