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친구를 선택하는 최고의 기준은 ‘德’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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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의 수장은 외롭다. 수장이 되면 권력과 함께 응분의 책임이 부여되고 편안하고 순수한 인간관계를 맺을 기회가 적어진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사람을 대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지위가 높아지면 그 주변에 사람이 몰린다. 대부분 콩고물을 노리고 달려드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얻어먹을 콩고물이 떨어지면 바로 등을 돌린다. 불행하게도 권력자는 순수하고 편안한 친분관계를 가질 기회를 거의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는 것이다.

 공인인 수장에게도 그래서 사적인 친구는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사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다.

 맹자는 사람이 벗을 사귈 때는 지위나 재산이나 권력을 보지 말고 오직 덕(德)을 가지고 사귀라고 했다. 서로의 지위를 잊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순수하게 교제했던 노나라 현자 맹헌자(孟獻子)와 그의 다섯 명의 벗처럼 말이다. 맹헌자는 백승지가(百乘之家)를 다스리는 대부였지만 악정구(樂正구)나 목중(牧仲)과 같은 그의 벗들은 그의 계급이나 재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맹헌자 역시 벗들과의 신분 차이를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로지 덕이 있는 벗이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최고 권력자가 오히려 친구에게 꼼짝하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해당(亥唐)이라는 진(晉)나라의 현자는 임금인 평공(平公)이 존경하는 친구였다. 평공이 그의 집에 가면 해당이 들어오라고 말해야 들어오고 앉으라고 해야 앉으며 먹으라고 해야 비로소 밥을 먹었다. 하지만 평공은 해당에게 어떤 직위도 주지 않았고 정사에 관여하게 하지도 않았다. 맹자는 이를 두고 “평공은 일반 사람의 입장에 서서 현자(賢者)를 높인 것이지 왕공(王公)의 신분을 끼고 현자를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인인 지도자 역시 그 사람 말 한마디에 꼼짝하지 못할 벗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그는 덕이 있는 사람이어서 그 덕에 감복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그것이 공적인 영역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되며 어떠한 혜택이나 이익도 주어지지 않아야 한다. 벗을 만날 때는 자연인 대 자연인의 관계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사(公私)의 구분이다.

이치억 성균관대 초빙교수 muhayu@daum.net
#경영의 지혜#경영#리더#친구#덕#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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