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복지재원 vs 서민증세… 불붙은 부가세 인상 논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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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회의 세법 논의 과정에서 공론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소득계층 간 형평성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팽팽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경제통들이 예산안 토론회 등에서 잇따라 부가세율 인상론을 거론하고 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19일 2017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부가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1977년 도입한 부가세를 40년 가까이 10%로 묶어서 운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 1977년 부가세를 도입한 이후 40년 가까이 10%의 단일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영국(20.0%) 핀란드(24.0%) 스페인(21.0%)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의 부가세율은 모두 20%를 넘는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부가세를 인상하고 있는 추세다. 부가세가 없는 미국을 제외한 총 33개국 중 21개국의 부가세 표준세율이 인상됐고, 종전 세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12개국에 불과하다.

 한국 역시 최근 몇 년간 복지 수요가 늘고 나랏빚이 가파르게 늘면서 다른 선진국들처럼 부가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번번이 정치권의 반대에 부닥쳤다. “부가세를 올리려면 정권을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 기류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면서 부가세 인상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은 벗어나는 모습이다. 다만 부가세 인상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장벽은 세율 인상의 역진성 논란이다. 대다수 야당 의원은 부가세 인상은 사실상 서민 증세라며 법인세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부가세 인상은 상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돼 물가가 오르게 되고, 결국 소비를 위축시켜 오히려 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분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 없고 (부가세 인상으로 마련된) 추가 재원을 저소득층을 위해 쓰면 오히려 소득 재분배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주장한다.

 부가세 인상 시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에선 최근 물가상승률 0%대의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지금이 부가세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주장한다. 반면 통일재원 마련에 대비해 부가세 인상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놔야 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소득세 면세범위 축소와 법인세 인상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부가세 인상안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부가세 면세범위부터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경우 면세 적용범위가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지나치게 넓다. 이 때문에 금융보험 용역 등 물가 상승이나 소득 재분배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품목은 과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당장 부가세율 인상이 어렵다면 유럽 선진국들처럼 품목에 따라 다양한 부가세율을 적용하는 복수세율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부가세#증세#소득재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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