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책임 커진 巨野, 대안 제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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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개조 구조조정의 적들]

집권 여당뿐 아니라 야당 역시 번번이 기업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아 왔다. 여당과의 정쟁에 빠져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 입법을 지연시키는가 하면 지나치게 노조 편만 들면서 부실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됐다.

올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안은 야당의 비협조로 법안 통과가 늦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워크아웃 절차의 근거가 되는 이 법은 작년 말 일몰을 맞았지만 시한을 연장하는 개정안 통과가 미뤄지면서 올해 초에 한동안 기업 구조조정의 공백 상태를 야기했다. 당시 야당은 “기촉법이 관치금융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대안도 내놓지 않아 그나마 회생 가능성이 있던 많은 기업을 파산 위기에 몰아넣었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 정책도구로 삼고 있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역시 마찬가지다. 이 법은 발의된 지 210일 만에 올 2월 임시국회에서 가까스로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깨고 본회의 처리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2011년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촉발된 한진중공업 사태 때는 야당이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에 직접 개입했다. 야당 의원들은 네 차례 ‘희망버스’를 조직해 한진중공업 앞에서 인력 감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후 근로자들의 파업은 더 길어졌고 회사도 일감이 없어 생산직의 절반(400여 명)이 순환휴업에 들어가야 했다. 특정 기업의 경영난과 구조조정 문제를 야당이 정치 이슈로 만들면서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전문가들은 산업계의 구조조정이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야당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야당도 금융당국에 책임을 묻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이번 난국을 풀어가는 또 하나의 주체로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최근 논의된 바 있는 ‘여야정 협의체’에 건설적으로 참여해 구조조정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여당이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린 뒤 거대야당에 협조를 요청하고, 야당이 이를 합리적으로 검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2001년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성공적으로 성사시켰던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그때도 여소야대 국면이었는데 내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만나 1박 2일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겨우 기촉법 제정을 이끌어냈다”며 “여야정 모두가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진정성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구조조정#야권#부실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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