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명품 홍보에도 ‘만능’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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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은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럭셔리 브랜드에 CSR 활동은 어떤 영향을 끼칠까. CSR는 대개 평등, 환경보호, 사회적 정의와 같이 사회 전체의 복지와 공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개인의 권력, 부, 명예, 야망 등을 부각하는 럭셔리 브랜드 전략과 충돌을 빚을 수 있다. 이때 럭셔리 업체가 CSR 활동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미네소타대, 조지아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소비자 44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먼저 실험 참여자에게 럭셔리와 비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를 보여준 뒤 CSR와 관련된 단어(복지, 자원봉사 등)나 CSR와 무관한 단어(지우개, 전구 등)를 연속해서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을 ‘유쾌함’의 정도로 표현하도록 요구했다. 그 결과, BMW나 롤렉스처럼 명품 브랜드의 이름과 CSR 관련 단어가 나란히 열거됐을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유쾌함이 현격히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럭셔리 시계 브랜드인 롤렉스의 광고 문구를 다양하게 변화시켜 대학생 279명에게 제시한 뒤 그 반응을 살폈다. 광고는 CSR, 전통, 개방성, 사실 중 하나에 초점을 두고 제작됐다. 실험 결과, ‘롤렉스는 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와 같이 CSR를 강조한 광고 문구에 노출된 그룹의 경우 브랜드 평가가 좋지 않았다. 또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두 실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CSR가 추구하는 가치와 제품이 추구하는 가치가 상충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흔히 CSR는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럭셔리 산업의 경우 기존 CSR 관행으로는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 따라서 명품 업체들의 사회적 참여 활동은 보다 정밀한 계산을 토대로 진행돼야 한다.

김수경 고려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 sookyungkim@korea.ac.kr
#기업#사회공헌활동#명품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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