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채 이상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의무화로 비용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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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들 “감사비 올려 관리비 급등”
회계사회 “비리예방, 불가피한 비용”

경기 부천시 1000채 규모 A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최근 한 회계법인에 감사를 의뢰했다가 비용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만∼150만 원 수준이었지만 갑자기 1500만 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그는 “올해부터 아파트에 대한 외부회계감사가 의무화되면서 회계법인들이 감사비용을 대폭 올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파트 비리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300채 이상 공동주택(자치관리·위탁관리 모두 포함)은 매년 10월 31일까지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어기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기존에는 입주민 10분의 1 이상이 동의한 경우 회계감사를 받을 수 있었다.

바뀐 규정이 시행되자 회계법인들이 감사비용을 크게 인상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관리비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회계사들은 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감사비용이 오른 것에 대해 주택관리업계는 지난달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소속 회원들에게 지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침에는 공인회계사 3인 이상을 최소 합산 100시간(현장감사 60시간) 이상 투입하라고 돼 있다. 회계법인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공인회계사회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자로 규정해 징계하기로 했다. 회계업계는 회계사 1인당 비용 등을 고려하면 300채 규모 아파트의 감사비용이 최소 7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관리업계 관계자는 “경비·청소원 임금 인상, 대형아파트 관리비 부가세 부과 등으로 관리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가구별로 연 2만∼3만 원씩 관리비가 추가로 오르는 셈”이라며 “외부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사태가 속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입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그해 회계감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아파트 비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지금처럼 100만 원대만 받고 한두 시간에 걸쳐 서류만 확인하는 식으로 감사가 이뤄지면 자칫 아파트 비리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인회계사회는 제대로 된 감사를 받으면 비리를 예방해 오히려 관리비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민만기 한국공인회계사회 감사반연합회장은 “2007∼2009년 3년간 외부감사를 받지 않은 단지의 평균 관리비는 m²당 월 628원이었지만, 외부감사를 두 번 이상 받은 단지의 평균관리비는 m²당 월 561원이었다”고 말했다.

감사를 받는 아파트 입주민과 진행하는 업계의 입장 차가 크지만 이를 조율해줄 명확한 감사기준은 없다. 현재 주택법에는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어 재무제표 등 서류를 검토하는 수준인지 포괄적인 감사인지 명확하지 않다. 몇 시간 동안 감사해야 하는지, 적정한 감사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 지방자치단체별로 회계처리 기준도 제각각이다.

한국주택관리협회 관계자는 “외부감사를 받으면 투명성은 강화되겠지만 비용이 과다할 경우 입주민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아파트 특성에 맞는 회계감사 수준과 비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의무화#아파트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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