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반발 “3년간 28조 부담, 왜 우리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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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인 중국도 전면 도입하지 않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왜 한국이 앞장서서 시행하나?”(재계)

“중국도 이미 7개 성(省)에서 도입했고 2016년에는 전국 단위로 시행하려 한다. 녹색산업을 선점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다.”(환경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놓고 재계와 정부가 충돌했다. 재계는 ‘불황에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는 규제’라고 반발하는 반면 정부는 ‘2013년에 2년간 유예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부담만 커지고 실효성은 없다는 재계

재계는 ‘정부가 산정한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5월 말 발표한 2015∼2017년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배출량과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5∼2017년 주요 17개 업종에서 정부가 산정한 온실가스 할당량은 14억9500만 t으로 재계 산출치인 17억7000만 t보다 2억7500만 t 적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실제 배출량이 정부 할당량보다 많게 나왔다는 것을 감안할 때 배출권 거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결국 기업들은 2억7500만 t 분량의 온실가스를 과징금을 내고 배출해야 한다. 이 경우 과징금 상한선인 t당 10만 원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측 주장이다. 온실가스 초과 배출 땐 t당 시장가격의 3배 또는 10만 원 중 적은 금액이 적용된다. 상한선이 적용되면 기업 부담금은 2015∼2017년 3년 동안 최대 약 27조5000억 원이 된다.

재계는 중국(28.6%) 미국(15.1%) 일본(3.8%)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나라들도 아직 국가 단위로 도입하지 않은 배출권거래제를 한국(1.8%)이 앞장서서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4대 그룹 전자부품 계열사인 A사는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연간 200억∼4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채용, 연구개발, 직원 복지 등에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는 전기와 스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를 할당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문제로 꼽고 있다. 발전사들이 배출 할당량을 적용받아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기업들은 인상된 요금에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비용까지 떠안아 이중 부담을 진다는 것이다.

○ 부처 간 미묘한 차이도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중국을 포함해 38개국이 전국 또는 지역 단위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상태여서 한국이 앞장서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계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특히 재계가 추정한 기업부담금(약 27조5000억 원)은 극단적인 상황이 전제된 것이라는 게 환경부 측 설명이다.

이에 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가 이 제도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기업들에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한 발짝 누그러진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장관 시절이던 2011년 1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비판했다. 당시 최 후보자는 “일본도 안 하겠다는 배출권거래제를 우리가 무슨 재주로 감당하겠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만 잘해서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된다면 모르겠지만 세계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만 나서면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세종=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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