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KB국민은행원들, 파업 나선 까닭은?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8일 17시 42분


코멘트
KB국민은행의 총파업을 향한 여론이 싸늘하기만 한 가운데 행원들이 대거 파업에 뛰어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평균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고액 연봉자들이 은행 창구를 떠나 고객 불편을 담보로 투쟁할 만큼 상황이 절박했는지 의문을 품는 시선이 적잖다. 노동자들이 내세울 수 있는 권리이자 최후의 교섭 수단이 파업이긴 하지만 명분에 대한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노조는 8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진행하고 오후 2시를 기해 파했다. 지난 2000년 옛 주택은행과의 합병 반대 이후 19년 만에 단행된 파업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는 전국 직원 9500명 안팎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대로라면 노조원 1만4000여명중 약 68%가 파업에 나선 것이다. 전체 직원 1만7000여명의 절반 이상인 56%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사측은 이보다 적은 노조원의 41% 수준인 5500여명만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의 추산치가 각기 다르지만 상당수의 직원들이 파업에 동참한 셈이다.

◇노사 임단협 쟁점 줄다리기 팽팽…입장차 첨예

새벽까지 진행된 노사 협상이 끝내 결렬되고 총파업에 이르게 된 것은 일단 임단협 쟁점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노사는 이번 임단협에서 성과급 지급 규모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페이밴드 제도 등 주요 쟁점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사측은 당초 ROE(자기자본이익률)의 10% 수준의 성과급을 제시했다가 한 발 물러나 시간외 수당까지 합해 300% 수준을 제시하면서 막판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대신 직급별로 이원화된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을 일치시키고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 논의 등에 나서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조건부 성과급은 수용할 수 없고, 임금피크제 시점 일원화 요구도 받을 수 없다며 사측의 제시안을 최종 거절했다. 노조는 직급과 무관하게 임금피크제를 일률적으로 1년 늦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페이밴드 제도에 대해서도 2014년 11월 이후 입행한 저연차 행원들에게 강제 도입된 만큼 ‘확대 불가’ 입장이다.

드러난 쟁점 대부분이 임금과 관련된 것들이다보니 노조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다. 고객을 볼모로 ‘성과급 잔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구조조정 문제로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나섰던 과거 파업과 비교해도 명분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노조는 ‘성과급 프레임’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업이 조직내 뿌리 내린 차별을 없애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한다.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국민에게 큰 불편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조직 내 뿌리내린 차별 관행을 없애고 청년, 여성 은행원에 대한 잘못된 제도를 고치자는게 모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극심한 노사갈등 문제…‘성과주의 이슈’ 얽혀

이번 파업의 기저에는 단순히 임단협 문제를 떠나 뿌리깊은 노사 갈등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KB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 문제, 노동이사제 도입, 국민은행 채용비리 의혹 수사 등의 과정에서 국민은행 노사는 수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때 봉합되지 않은 갈등이 한 번에 터져 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성과주의를 둘러싼 노사 갈등의 골은 깊은 상황이다. 지난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 당시에도 갈등이 극으로 치닫은 바 있다. 이번 협상에서 페이밴드 제도 확대를 놓고 노사가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도 성과주의 이슈와 맞물려 있어서다. 노조 측은 페이밴드 제도를 도입할 경우 무리한 경쟁과 성과주의를 부추겨 고객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업 카드를 꺼내든 노조의 결정으로 노사 협상은 상당기간 난항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노조 측은 이날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시간까지 24시간 매일 교섭할 의사가 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정을 신청하겠다는 뜻까지 밝혔으나 아직까지 사측은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노조는 추가 파업도 예고했다. 사측과의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달 30일~다음달 1일까지 2차 파업에 나서고 다음달 26일∼28일, 3월21일∼22일, 3월27일∼29일 등 5차 파업까지 돌입한다. 노사 협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