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에도 ‘은산분리 완화’ 둘러싼 여당 내 시각차 불거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규제혁신 곳곳에 장애물]“인터넷銀 지분 34%까지 허용”
黨지도부, 의결권 보장 野와 협의… 일부 의원들 “원칙 무너져” 반발
박영선 “25%로 제한” 법안 발의… 黨내부 이념 투쟁 벌어질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의 간판 브랜드로 추진하고 있는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제윤경 의원 등이 7일 문 대통령이 참석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에 돌연 불참한 데 이어 일부 의원이 당 지도부 방침보다 강화된 은산분리 법안을 내놓았다. 특히 홍영표 원내대표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 한도를 현 4%에서 34%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야당과 협의하자, 당내 대표적 ‘재벌 저격수’인 4선의 박영선 의원이 “보유 한도 34%도 지나치다”며 이를 더 낮춘 법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금융자본이 최대주주인 경우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25%까지 허용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을 10일 대표 발의했다. 당 원내지도부가 잠정적으로 목표하는 보유 한도 34%보다 9%포인트 낮춘 것이다. 그나마 상장 시에는 산업자본 보유 한도를 지방은행과 같은 15%로 더 낮추도록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은산분리 완화 관련 제정·개정안은 총 5건이다. 이 중 민주당 정재호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각각 발의한 2개 법안에 34% 보유 한도가 명시돼 있다. 정 의원 등이 산업자본 보유 한도로 34%를 규정한 것은 상법상 특별결의 비율(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을 감안한 것이다. 특별결의란 정관 변경이나 합병, 해산 등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핵심 의사결정 사안을 말한다. 은산분리 취지상 산업자본이 50%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규제하면서 동시에 금융자본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도록 의결권 있는 주식의 3분의 1(34%)까지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정이 추진한 대로 산업자본 보유 한도가 34% 이상으로 확대되면 정보기술(IT) 대기업이 주도하는 특화된 금융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와 같은 첨단 핀테크 산업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박 의원 측 생각은 다르다. 비록 50%를 넘진 않지만 34%도 은산분리 원칙을 흔들 수 있는 과도한 지분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인터넷전문은행 특혜 인가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성장과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은산분리 기본 원칙이 무너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산업자본 보유 한도로 당초 15%를 검토했으나, 당 관계자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미국 은행법 등을 감안해 25%로 결정했다고 한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미국은 금융자본이 최대주주인 경우 산업자본이 최대 25%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서 34% 지분 한도를 갖고도 의견이 분분한 것은 상장 이후 지분 변동과 관련이 깊다. 상장 이후 다양한 투자 지분이 들어오면 산업자본이 34%의 지분을 갖고도 사실상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전반기까지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한 박용진 의원은 최근 “은산분리 완화를 위해선 당 차원에서 정책 의총을 열고 당론을 변경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는 “은산분리는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다고 보는 의원이 적지 않아 실제 입법이 진행되면 당내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대통령 지시#은산분리 완화 반기#여당 의원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