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주 지분 확대 여파… 해외배당 8조원 사상 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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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흑자폭 6년만에 최저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에게 주는 배당금을 크게 늘리면서 4월 경상수지 흑자 폭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상장기업의 외국인 주주 비중이 늘어난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도 커졌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국제수지에 따르면 4월 상품과 서비스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 흑자는 17억7000만 달러(약 1조8900억 원)로 2012년 3월 이후 7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흑자 규모는 2012년 4월(9000만 달러) 이후 가장 작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4월 경상수지 흑자가 대폭 감소한 것은 12월 결산하는 기업들이 4월에 외국인 주주에게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4월 배당 지급액만 75억7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배당소득에서 배당 지급액을 뺀 적자 규모는 65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한은은 “3, 4월에는 배당이 몰리는 계절적인 영향이 있는 데다 기업 수익성 개선과 외국인 주식 투자 확대 등으로 배당 지급이 작년보다 늘었다”면서 “5, 6월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다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2016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30조 원 특별 배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1년 전보다 배당 금액을 약 46% 늘려 지난해 5조800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부 유출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외국인 주주 비중이 53%에 달하는 삼성전자로선 배당을 통해 주주 달래기에 나서 경영권 안정화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가 최근 보류한 현대자동차그룹에도 해외 배당 확대는 중요한 이슈다. 지배구조 개편안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들었던 엘리엇은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액 비중(약 27%)을 40∼50%로 상향하라고 요구했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8월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배당성향을 기존의 2배인 3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 등 4개사의 분할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발표한 주주 친화 정책이었다. 당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의 분할 합병안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주주를 흔들려 하자 내놓은 정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상수지 흑자 감소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이 늘어난 반면 수출이 감소하면서 상품수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4월 수출은 선박과 정보통신기기 등이 감소하면서 1년 전보다 1.5% 감소한 500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수입액은 지난해 4월보다 12.5% 늘어난 411억5000만 달러였다. 한은은 “원유 도입 단가가 상승하고 반도체 호황으로 제조용 장비를 도입하면서 수입이 늘었다. 승용차 등 소비재 수요가 증가한 것도 수입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 폭은 줄었다. 4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19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억4000만 달러 감소했다. 한은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1년 전보다 60.9%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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