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과 저주 사이… 액면분할의 두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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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증시에서 ‘액면분할’주(株)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크라운제과 등 액면분할에 나선 일부 종목들이 재상장한 직후 상승세를 타며 투자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 종목들의 선전에 증권가에서 ‘액면분할의 마법’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액면분할 종목들이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 올해 액면분할 5종목 첫날 상한가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액면분할에 나선 상장기업은 거래가 정지된 퍼시픽바이오를 제외하고 총 20곳이다. 20곳 가운데 행남자기 셀루메드 크라운제과 엠에스씨 광림 등 5곳이 액면분할 이후 재상장한 첫날 상한가로 마감했다. 케이티롤(20.11%)과 동부(10.31%) 등을 포함하면 7곳이 재상장한 첫날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주식의 액면분할은 주당 액면가격을 낮춰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액면가격이 1000원인 주식 1주를 500원짜리 2주로 나누는 식이다. 주당 가격이 수십만 원으로 높게 형성돼 주식 거래가 부진하거나, 신주 발행이 어려울 때 이뤄진다. 납입자본금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시가총액은 그대로다. 기업가치는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액면분할을 한 종목의 가격이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높아 쉽게 살 수 없었던 종목이 액면분할을 거치면 몸집이 가벼워지고 물량이 늘어난다. 투자자들도 손쉽게 거래할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은 주당 가격이 200만 원 후반대로 대표적인 ‘황제주’로 꼽혔지만 지난해 5월 액면분할 이후 주당 가격이 40만 원대로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해 별다른 호재가 보이지 않아 투자자들이 액면분할 같은 이벤트에 더 몰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액면분할 열풍이 거세지면서 다른 고가주들이 가세할지 눈길이 쏠린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당 가격이 50만 원이 넘는 종목은 모두 11개다. 이 가운데 롯데칠성 삼성전자 LG생활건강 등 3종목은 주당 가격이 100만 원을 넘는다. 한국거래소는 주식거래 활성화를 위해 고가주의 액면분할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가 늘면서 발생하는 주가관리비용 등의 부담 탓에 추가로 액면분할에 나서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반짝 상승세에 투자주의보


액면분할 종목은 ‘반짝 상승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액면분할로 재상장한 종목 20개 중 절반 이상(13개, 65%)의 주가가 25일 현재 상장 첫날과 비교해 하락했다. 크라운제과(―21.00%) 동부(―14.19%) KNN(―21.08%) 등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인 종목도 9개였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치 변화 없이 무작정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액면분할 결정이 공시된 뒤부터 주가가 오르다가 정작 재상장 이후엔 하락하며 그간의 상승폭을 반납하는 사례도 있다. 롯데제과의 주가는 액면분할 공시일인 3월 7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타며 18%가량 뛰었다. 하지만 이달 17일 재상장 이후 주가가 다시 곤두박질쳤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액면분할주가 상승세를 타는 것은 개별 호재에 따른 것일 뿐 일관된 법칙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주가가 싸졌다는 착시 효과를 노리고 액면분할을 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조심해야 할 이벤트”라고 지적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액면분할#증시#납입자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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