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銀産분리 그냥 두고 K-뱅크·카카오은행 제대로 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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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어제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KT가 주도한 K-뱅크은행과 카카오가 중심이 된 한국카카오은행 등 2곳을 선정했다. 두 컨소시엄은 외부평가위원회의 심사에서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두 인터넷은행이 영업을 시작하면 기존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에 안주해 온 금융 산업에 변화가 몰려오는 ‘메기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무(無)점포-비대면(非對面) 영업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다르다. 저비용 고효율 운영으로 비용을 절감해 예금금리는 높이되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낮추고, 은행권 접근이 어려운 서민에게 10% 중금리로 대출하는 등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금융과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이 융합하는 ‘핀테크 혁명’이 확산되는 현실에서 한국이 뒤늦게나마 인터넷은행의 첫발을 뗀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1995년 인터넷전문은행을 처음 시작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보험, 증권 등 비(非)은행 금융회사나 제조업, 정보기술(IT) 등 비금융권 사업자가 참여함으로써 금융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규제 혁파와 개방에 힘입어 미국 GM이 소유한 인터넷은행 앨리뱅크는 자산 1015억 달러의 대형 은행으로 성장했고 일본 소니가 주도한 소니뱅크도 급성장하는 추세다.

이에 비하면 이제 출발점에 선 한국의 인터넷은행은 여전히 구시대적 규제에 묶여 있다. 은행법에선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의결권 기준) 초과해 가질 수 없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50%로 높이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나 상호출자제한집단(61개 그룹)은 여전히 제외된 ‘반쪽 은산(銀産) 분리 규제 혁파’다. 그런데도 야당은 “재벌의 사금고화와 은산 동반 부실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본격적인 상임위원회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은행법 개정이 무산되면 K-뱅크와 카카오은행이 출범하더라도 추가 증자나 신규 투자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금융 경쟁력이 아프리카 수준인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인터넷은행의 날개를 규제로 묶어둘 작정인지 답답하다.
#카카오은행#k-뱅크#은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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