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후속 人事, 이제나저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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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급증-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금융현안 산더미인데…
‘정윤회 파문’ 탓 인물검증 장기화… 1월 통합 앞둔 産銀 인사도 지연
내부 혼선-업무공백 우려 커져

가계부채 급증, 장기불황에 대비한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금융권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이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금융감독 당국과 국책은행의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금융위원회의 예산 확정 등이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정부의 ‘늑장행보’가 해당 기관들의 업무 공백과 내부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9일에 진웅섭 신임 원장 취임 한 달을 맞지만 부원장, 부원장보 등 임원 인사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달 2일엔 금감원 설립 이후 처음으로 수석부원장을 포함해 부원장 3명의 사표가 수리됐는데도 후속 인사가 진행되지 않아 보름 넘게 부원장 세 자리가 모두 공석으로 남아 있다.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의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한다. 통상 제청 전에 2, 3배수의 후보를 올리면 청와대의 인사검증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가 낙점된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가 ‘정윤회 동향 문건’ 사건 등에 휘말리면서 인사검증 작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금감원은 신임 원장 취임 후 조직 안정을 위해 속도감 있게 인사 및 조직개편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인사가 늦어지면서 조직개편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 공백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사가 계속 미뤄지다 보니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해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질 않는다”며 “가계부채 급증, 러시아 등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 등 현안은 쌓여만 가는데 감독 업무가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24일 열릴 금융위 정례회의에서도 부원장 인사가 상정되지 않으면 금감원 임원 인사는 연내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는 ‘통합 산은’ 출범이 보름도 채 안 남았는데도 임직원 인사는 감감무소식이다. 내년 1월 1일 통합을 앞두고 조직개편 작업을 완료했지만 금융위의 내년도 예산심의가 연기되면서 후속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산은은 정부의 이듬해 예산을 배정받은 뒤 정기인사를 해왔다.

통합 산은 출범으로 신설되는 정책금융 총괄 ‘상임이사’ 부행장은 산은 회장의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하게 돼 있지만 이 역시 인사검증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통합조직 출범을 앞두고 업무 인수인계, 사무실 이사 등의 준비작업이 필요한데 아직도 인사가 나지 않아 답답하다”며 “지금 상황이라면 연말에 벼락치기 인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금감원#가계부채#장기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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