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수출서류 조작 - 자회사 분식회계… 6100억 대출과정도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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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련 은행들 조사 착수… 관세청 “박홍석 대표 檢에 고발”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에 대해 관세청이 수출서류를 허위로 꾸민 혐의를 포착하고 박홍석 모뉴엘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2004년에 설립된 모뉴엘은 로봇청소기, 일체형 PC 등을 제조하는 업체로 지난해 매출 1조2000억 원, 영업이익 1100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또 금융당국은 모뉴엘의 자회사인 잘만테크의 회계기준 위반 혐의를 잡고 감리에 착수했으며 모뉴엘에 대출해준 은행들을 대상으로 대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관세청 관계자는 23일 “수개월 전부터 모뉴엘이 수출서류를 조작한 것을 파악하고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검찰 고발 후 상세한 내용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모뉴엘은 현지 수입업체와 짜고 신용장 등 수출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뒤 이를 근거로 수출채권을 발행해 은행 등에 할인 판매했다. 이런 방식으로 실제 수출금액보다 많은 돈을 은행에서 받은 뒤 채권 만기일이 도래하면 다시 수출채권 허위 서류를 꾸며 이른바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모뉴엘의 채권 할인 판매금액이 1조 원을 웃도는 만큼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모뉴엘 대표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검찰이 모뉴엘에 대한 수사 협조 요청을 해오면 모뉴엘에 대한 감리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은 또 IBK기업은행 등 대출 은행들을 상대로 모뉴엘에 대한 부실대출 혐의가 있는지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은행들을 대상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해 부실 대출심사 등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뉴엘의 금융권 여신 규모는 기업은행 1500억 원, 산업은행 1165억 원, 외환은행 1100억 원, 수출입은행 713억 원, 국민은행 700억 원 등 총 6100억 원에 이른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모뉴엘의 자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잘만테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과 무관하게 회계기준 위반 혐의에 대한 제보를 접수해 이를 토대로 감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잘만테크의 주식거래량이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 전인 17일부터 급증한 것과 관련해 주가 동향과 거래량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사전에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파악한 세력이 미리 주식을 판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불공정거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금융당국의 징계나 검찰고발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임수 imsoo@donga.com·이상훈 기자
#모뉴엘#모뉴엘 수출서류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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