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금융-非금융 나눠 지주사 체제 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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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금융 계열사, 생명 지분 잇단 매각…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 일환 분석

삼성그룹의 비(非)금융 계열사들이 잇따라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형태로 이뤄진 삼성그룹 지분구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를 금융과 비금융 중심의 ‘중간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해 ‘곁가지’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기, 삼성정밀화학, 삼성SDS, 제일기획 등 삼성그룹 비금융 계열 4개사는 22일 코스피 마감 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각사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63%를 3118억 원에 재무적 투자자에게 팔았다. 이들 계열사는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 0.63%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은 10.98%로 높아졌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이번 삼성 금융 계열사의 지분정리가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10.98%), 삼성증권(11.14%), 삼성카드(34.41%) 등의 지분을 보유해 그룹 내 금융지주사의 성격을 갖고 있다.

삼성 비금융 계열사들이 이번에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함으로써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삼성에버랜드 한 곳만 남게 됐다. 금융 계열사를 둘러싼 복잡한 지분 관계가 해소되면서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더욱 간결해진 셈이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작업이 삼성생명을 그룹 내 중간 금융지주사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생명을 중간지주사로 한 ‘금융 계열’과 삼성전자를 중간지주사로 내세우는 ‘제조 계열’로 그룹을 재편한다는 시나리오다.

삼성생명은 이미 지난해 12월에 계열사들로부터 삼성카드 지분 5.81%를 사들이며 금융 계열사 지분 매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제조 지주사 체제로 재편하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1%(15조 원 규모)를 처분해야 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삼성그룹#삼성생명#이원화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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