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비(非)금융 계열사들이 잇따라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형태로 이뤄진 삼성그룹 지분구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를 금융과 비금융 중심의 ‘중간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해 ‘곁가지’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기, 삼성정밀화학, 삼성SDS, 제일기획 등 삼성그룹 비금융 계열 4개사는 22일 코스피 마감 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각사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63%를 3118억 원에 재무적 투자자에게 팔았다. 이들 계열사는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 0.63%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은 10.98%로 높아졌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이번 삼성 금융 계열사의 지분정리가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10.98%), 삼성증권(11.14%), 삼성카드(34.41%) 등의 지분을 보유해 그룹 내 금융지주사의 성격을 갖고 있다.
삼성 비금융 계열사들이 이번에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함으로써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삼성에버랜드 한 곳만 남게 됐다. 금융 계열사를 둘러싼 복잡한 지분 관계가 해소되면서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더욱 간결해진 셈이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작업이 삼성생명을 그룹 내 중간 금융지주사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생명을 중간지주사로 한 ‘금융 계열’과 삼성전자를 중간지주사로 내세우는 ‘제조 계열’로 그룹을 재편한다는 시나리오다.
삼성생명은 이미 지난해 12월에 계열사들로부터 삼성카드 지분 5.81%를 사들이며 금융 계열사 지분 매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제조 지주사 체제로 재편하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1%(15조 원 규모)를 처분해야 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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