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레시피로 즐겨요”…日 젊은여성 입맛 사로잡은 ‘미초’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3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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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미사토(三鄕) 시 코스트코 신미사토점 매장에 마련된 ‘쁘티첼 미초’(일본명 미초) 시음행사장. 30, 40대 여성들이 몰리면서 일부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이날 행사에선 미초를 탄산수, 우유, 아마자케(감주) 등과 섞은 네 가지 메뉴를 맛볼 수 있었다. 아침에 주스 대신 미초를 마신다는 니시모토 료코 씨(42·여)는 “주스보다 몸에 좋고 일본 식초보다 맛있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마실 수 있어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일본에서 CJ제일제당의 과일발효초인 ‘미초’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 40억 원이었던 미초의 일본 매출은 3년 만인 지난해 320억 원으로 8배 규모로 급증했다.

몸에 좋은 과일을 이용한 식초를 다양한 레시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건강과 미용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일본에서는 현미를 발효한 식초를 물에 타서 마시는 음용식초가 주류를 이뤘다. 중장년층이 건강을 위해 마시는 음료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미초는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레시피를 함께 알려주는 전략으로 젊은 여성 고객을 공략했다. 전국 코스트코 매장에서 시음행사 중심의 로드쇼를 통해 입소문을 타자 일본 내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일본 내 인기에 힘입어 도쿄 유라쿠(有樂)초의 대형쇼핑몰에 있는 카페 ‘스큐’에서는 미초를 활용한 음료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세 가지 맛의 미초와 우유, 탄산수, 진저에일 등을 취향대로 섞어 마실 수 있다. 지난해 여름 프로모션으로 선보였는데 한 달 반 동안 1200잔 이상 팔리자 정식 메뉴가 됐다. 이 카페의 나카자와 히카루 점장은 “석류와 탄산수를 섞은 메뉴가 가장 인기 있다”며 “가게에 진열해놓은 미초 병을 보고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묻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미초가 인기를 얻자 CJ제일제당은 올해 팩 음료 형태의 제품도 출시했다. 다른 음료에 타서 마시지 않고 주스처럼 사서 바로 마실 수 있는 형태로 한국에는 없는 상품이다. 미초는 츠루하, 기린도 등 20, 3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 드럭스토어와 일본 최대 유통 채널인 이온몰이 운영하는 카페란테 등에도 입점했다.

케이콘 비비고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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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한식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비비고 등 한식 브랜드들도 선전하고 있다. 왕교자, 물만두 등으로 일본시장을 공략했던 CJ제일제당은 2017년 일본에서 자체 생산하는 비빔밥 키트, 지짐이 키트 등 한식 키트 상품도 내놨다. 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이다. 한국보다 HMR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완제품보다 취향대로 재료를 추가하는 등 변화를 줄 수 있는 키트 상품이 인기다. CJ제일제당의 한식 키트는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 1월 대만 코스트코에도 입점했다. CJ제일제당은 일본 내 식품부문 매출을 2015년 1340억원에서 올해 2380억 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스트코 비비고 판매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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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TV 등 매스미디어 중심으로 확산됐던 1990년대 1차와 2010년대 초반 2차 한류와 달리 지금의 3차 한류는 SNS를 타고 번지는 특성 덕에 한일관계 등 정치적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말한다.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드라마 등 한국 문화를 접했던 20, 30대가 지인들이 직접 먹어본 한식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한식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한국과 입맛이 비슷하면서도 식문화가 달라 한식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좋은 무대다.

임경일 CJ제일제당 식품일본사업담당 상무는 “이제 품질과 맛만 뛰어나면 국적과 상관없이 통하는 시대”라며 “한식 고유의 DNA를 유지하며 일본인, 나아가 글로벌 입맛을 맞출 수 있다면 한식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사이타마 도쿄=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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