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 열풍’ 직격탄 맞은 라면업계… “바람에 말린 건면으로 새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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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유탕면 아닌 건면기술 활용… 신제품 ‘스파게티 토마토’ 출시
“7년 연구 기술력-편의성 동시확보… 1600원 가격비해 맛-식감 기대이상”
업계 “건면수요 증가 시장활력 기대”


“신라면 등 기존 제품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국내에는 새롭고 획기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겠습니다.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예정입니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농심 신제품 출시 기자설명회에서 김종준 농심 마케팅실장(상무)은 농심의 사업전략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가정간편식(HMR) 열풍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라면시장을 다양한 신제품을 통해 되살리겠다는 이야기다.

이날 농심이 선보인 신제품 ‘스파게티 토마토’는 기존 라면시장에선 보기 힘들었던 건면기술을 활용한 컵라면 제품이었다. 일반적인 라면은 기름에 튀긴 유탕면이 대부분이다. 건면은 면을 기름에 튀기는 대신 바람에 면을 말리는 방식으로 만들어 유탕면에 비해 칼로리가 낮고 맛이 담백하다는 특징이 있다. 김 실장은 “스파게티 고유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유탕면이 아닌 건면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오리지널 스파게티의 맛과 재료를 최대한 살리면서 컵라면이 가진 편의성을 잃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일반 스파게티와 같은 ‘듀럼밀(durum wheat)’면을 사용했지만 조리법은 일반 컵라면과 다르지 않다. 끓는 물을 붓고 5분을 기다린 후 소스를 넣으면 완성된다.

스파게티에 주로 쓰이는 듀럼밀은 밀가루 중에서도 단단하고 입자가 굵어 면이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동안 라면업계가 듀럼밀로 만든 스파게티 제품을 선보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농심은 긴 연구 끝에 면 중앙에 구멍을 뚫어 뜨거운 물이 면의 표면뿐만 아니라 구멍 안에 스며들면서 면이 익는 시간을 단축시켰다.

1600원의 싼 가격에 비해 맛이나 식감도 기대 이상이라는 게 농심 측 설명이다. 컵라면 제품이지만 일반 접시에 담았다면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식감이라는 것. 김 실장은 “이번 신제품은 7년여의 연구 끝에 탄생한 것으로 기술력과 편의성을 함께 확보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농심뿐만 아니라 많은 라면업계가 기존 주력 상품 경쟁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신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는 국내 라면시장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정간편식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라면시장이 직격타를 맞았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국내 라면제조업체 4곳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1조9870억 원으로 전년보다 2.6%(530억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라면시장은 농심 ‘짜왕’, 오뚜기 ‘진짬뽕’ 등 매년 히트상품이 나오면서 2014년 1조8470억 원, 2015년 1조8800억 원, 2016년 2조400억 원으로 매출액이 점점 커졌지만 지난해 내림세로 돌아섰다.

라면업계는 기존 라면에 비해 칼로리가 낮고 품질이 좋은 건면제품이 라면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건면시장 매출은 2015년 742억 원에서 지난해 1166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농심 관계자는 “건면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건면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면요리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2020년까지 건면 매출을 지금의 2배 수준인 1000억 원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농심#스파게티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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