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5% 줄었는데 “임대료 37% 낮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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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임대료 갈등
2터미널 개장따라 이용객 감소
공항공사측 28% 인하안 제시에도 중소면세점 4곳, 추가인하 요구

“이미 매출 감소분보다 훨씬 큰 폭으로 면세점 임대료를 깎아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6개월에 한 번 정산해서 조율하자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보다 더 많이 할인해 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

“대한항공 등 탑승객의 구매력이 저비용항공사(LCC) 승객보다 높은 편이니 이들이 빠져나가는 데 따른 할인 폭을 늘려달라.”(중소면세점)

20일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임대료 인하를 두고 중소면세점과 공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면세점이 공사에 내는 임대료 인하 폭과 이를 계산하는 방식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서다.

갈등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항(1월 18일)을 계기로 시작됐다. 양측은 제2터미널이 문을 열면 제1터미널 이용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 면세점의 임대료를 깎아줘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인하 폭이다. 공사는 기존 임대료에서 27.9%를 인하해주겠다는 입장이다. 27.9%는 전체 출국자 대비 제2터미널로 옮겨 간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 이용객의 비율이다(지난해 기준). 공사 관계자는 “27.9%를 우선 할인해주고, 6개월마다 실제 이용객 감소 비율을 계산해 필요할 경우 추가 정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고 했다.

공사는 제2터미널 개항 이후 지금까지 운영해본 결과를 봐도 이 방식이 중소면세점에 유리하다고 본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제2터미널 개항 이후 이달 18일까지 제1터미널 여객동 이용객(241만8191명)은 전년 동기(286만1972명)보다 15.5% 줄었다. 인천공항이 제시한 할인 폭(27.9%)보다 훨씬 적다. 같은 기간 제1터미널 면세점 매출은 291만 달러로 전년 동기(344만 달러)보다 15.6%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중소면세점 4곳만 따져 봐도 매출 감소 폭이 4∼21%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SM, 엔타스, 삼익악기, 시티면세점 등 인천공항 입점 중소면세점 4곳은 “37.5%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매출보다는 실제 수익률이 대폭 줄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SM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공항이 계산한 자료에 따르면 제2터미널이 문을 열면 중소 면세점이 몰려 있는 여객동 이용객은 37.5%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현재 이용객은 15% 정도 줄었지만 앞으로 아시아나항공 탑승구가 우리 면세점과 먼 곳으로 이동하게 되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면세점들은 이용객 감소분만 아니라 항공사 승객들의 구매력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탑승객의 구매력이 LCC 승객보다 높은 편”이라며 할인 폭을 늘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은 “회계법인에 의뢰한 결과 항공사 고객별 구매력을 객관적으로 계산할 수 없었다”며 “면세점 말고도 식당 등 다른 업종의 임대료를 계산할 때도 이용객 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 간 갈등은 공사가 상생 경영을 위해 중소면세점에 제공해 온 혜택으로도 번지는 추세다. 인천공항은 중소기업의 면세점 운영 기회를 늘리기 위해 최소보증 임대료를 대기업의 60%로 책정했다. 한 중소면세점 임원은 “매출액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품목별 매출액 기준으로 임대료 계산이 바뀐다”며 “이때 적용되는 기준은 대기업과 같다”고 말했다. 중소면세점들은 21일 공사 앞에서 임대료 인하율과 관련해 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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