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가전-손주 기저귀… ‘5060’도 모바일 쇼핑 큰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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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고객 비중 갈수록 커져

딸 혼사를 앞둔 주부 구현옥 씨(57)는 최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딸에게 줄 혼수품으로 세탁기와 빨래 건조기를 샀다. 평소 식료품이나 옷을 구입하던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처음으로 가전제품을 구입한 것이다. 구 씨는 “예전엔 비싼 물건을 직접 보지도 않고 온라인으로 사는 게 이해가 안 갔다”면서도 “온라인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과 품질 차이가 별로 없고 할인쿠폰이나 포인트를 적립해 더 싸게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5060(50대에서 60대)’ 중장년층 고객들이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다. 특히 자녀를 위한 혼수품을 사거나 결혼한 자녀의 아이를 맡아 키우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

9일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에 따르면 50대 고객의 1인당 연간 평균 구매금액은 지난해 36만1809원으로 전년(24만9104원)보다 45.2% 늘었다. 2015년과 비교하면 73.5%나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50대 이상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4.5%에서 지난해 6.9%로 증가했다.

다른 온라인 쇼핑몰 업체에서도 중장년층 고객의 비중이 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50, 60대의 모바일 결제 고객 비중이 전체의 19.1%로 2016년(10.3%)보다 8.8%포인트 늘었다고 밝혔다.

이런 트렌드는 중장년층이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서 생기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컴퓨터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보다 조작하기 쉬워 5060세대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다.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은 50대 이상 고객의 80∼90%가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5060세대가 구입한 물건을 보면 최근 중장년층의 ‘애환’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이 많이 구입한 상품은 △순금 골드바 △빨래 건조기 △기저귀 △TV △냉장고 순이었다. 자녀를 결혼시킬 때 혼수품으로 가전제품을 사거나 손주를 위한 물건을 구입할 때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이다. 20대나 30대의 경우 주로 섬유유연제나 면도기, 샴푸, 양말 등 생필품이 매출 상위 목록에 올랐다.

맞벌이하는 딸을 위해 두 살 된 손주를 맡아 키우는 백모 씨(59·여)는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 장을 보는 게 힘드니 스마트폰으로 기저귀나 간단한 식료품을 구입해 쓴다”고 말했다.

지난해 G마켓의 주요상품 연령대별 매출을 살펴본 결과 20, 30대의 비중은 줄고 50, 60대 이상의 비중은 늘었다. 2016년 53%였던 20, 30대 비중은 47%로 줄어든 반면 50, 60대 이상 비중은 13%에서 15.5%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에서 중장년층의 온라인 쇼핑 행태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2016년 일본 총무성 가계소비 상황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고령층은 온라인으로 보험이나 의약품, 건강식품 등 주로 ‘자신을 위한’ 쇼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자기 자신을 위한 소비를 주로 하지만 50, 60대 이상의 소비자는 자녀 혹은 손주를 생각해 물건을 구매하는 특성이 뚜렷하다”며 “업체들이 중장년층의 모바일 쇼핑 환경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면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통업계는 올 설에도 백화점이나 마트 대신 온라인으로 명절 선물을 구입하는 5060 고객이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9월 G마켓이 건강식품, 통조림 세트 등 명절 선물의 구매 고객을 조사한 결과 50대 매출이 전년 대비 40% 늘었다. 백민석 이베이코리아 마트실 상무는 “편리하고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에 50대 이상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을 점점 친숙하게 인식하고 있어 올 설에도 온라인 매출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박은서 기자
#5060#모바일#쇼핑#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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