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도 뺐다”… 믹스커피의 반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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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커피시장’ 탈환 안간힘

커피전문점이 급증하면서 부진을 겪는 믹스커피 생산업체들이 제품 고급화 등을 내세워 반격에 나섰다. 사진은 디자인과 품질을 강화해 동서식품이 새로 내놓은 제품들. 동서식품 제공
커피전문점이 급증하면서 부진을 겪는 믹스커피 생산업체들이 제품 고급화 등을 내세워 반격에 나섰다. 사진은 디자인과 품질을 강화해 동서식품이 새로 내놓은 제품들. 동서식품 제공
‘자판기 커피’ ‘다방 커피’ 등으로 불리는 ‘믹스커피’가 고급화와 다양화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터줏대감 노릇을 해오던 커피 시장에서 주인공 자리를 내준 지는 제법 됐지만 커피 시장을 커피전문점에 모두 빼길 순 없다는 시장 회복 전략의 일환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이달 기존 제품에 커피 농도를 높인 ‘카누 더블샷 라떼’를 내놓는다. 커피전문점에서 샷 추가를 해 진하게 먹는 고객들을 공략하는 신제품이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디카페인 커피 등을 최근 내놓은 것에 대응이라도 하듯 믹스커피지만 설탕을 완전히 뺀 제품도 선보인다. 단맛이 없어 맛이 변하는 것을 특별히 보완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동서식품은 올해 1월에는 인스턴트커피 브랜드 카누로 라테 제품도 출시했다. 아메리카노만 있던 제품 종류를 확대한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는 ‘볶은 커피의 가용성 추출액을 건조한 것’을 물에 타 먹을 수 있는 원두커피로 만든 인스턴트커피와 여기에 설탕과 크림 등의 식품첨가물을 넣은 믹스커피를 구분해서 사용한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소비자 입맛이 까다로워진 데다 커피전문점의 공세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면서 “저렴하다는 믹스커피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다양한 제품 출시를 통해 소비자에게 어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고 싼 커피’란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제품의 ‘고급화’에도 힘쓰고 있다. 2010년 믹스커피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은 2015년 ‘루카스나인’이란 인스턴트 커피 제품을 출시했다. 믹스커피 제품이지만 100% 아라비카 고급 원두를 썼고, 향을 보존하기 위해 최신 공법을 적용했다. 지난해에는 1등급 원유를 첨가한 라테 제품을 내놓았다. 커피전문점의 카페라테처럼 우유 거품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 출시 후 소비자 200명을 대상으로 유명 커피전문점 라테와 비교 시음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의 라테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0만 봉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기존 믹스커피보다 3배나 비쌌지만 커피전문점의 10분의 1 가격(380원)에 비슷한 품질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마케팅 전략이 통한 것으로 회사 측은 분석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싼 커피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제품의 종류를 확대하는 한편 품질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커피전문점과 비교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믹스 업계 1위인 동서식품은 ‘좋은 원두’ ‘좋은 커피’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제품 고급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1년에는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고급 원두를 사용한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를 출시했다. 올해 신제품부터는 좀 더 강화된 ‘향 보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제조 과정에서 원두의 맛과 향이 손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원두를 처음 볶았을 때의 첫 향을 거의 대부분 보존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공사) 등에 따르면 믹스커피(조제커피) 소매시장 규모는 2014년 1조1585억 원에서 지난해 1조228억 원으로 11.7% 줄었다. 인스턴트커피 소매시장 규모도 2015년 1011억 원에서 지난해 944억 원으로 6.6% 감소했다.

커피전문점 시장은 2014년 2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 4조 원으로 2년 새 53.8% 성장했다. 전체 커피시장에서 커피전문점이 차지하는 비중도 62.5%(2016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컵커피 등의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과거 절대 강자였던 믹스커피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개발하는 커피들은 커피 소비가 잦고 입맛이 까다롭지만 가격이 부담되는 20, 30대 젊은층을 위한 것”이라며 “커피전문점의 커피가 시장을 키우고 있지만 가격이 낮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믹스커피 시장도 고급화로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커피믹스#자판기#다방#시장#동서식품#맥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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