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재배로 농가-유통업계 윈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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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춧값 급등해도 이득 본 농민은 없어”
대형마트 등 계약재배 확산 나서

 올해 여름 이후 배추 가격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의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배추 가격은 지난해보다 82.1% 상승했다. 극심한 폭염으로 여름부터 배추 공급이 부족하자 유통상들은 급하게 배추 물량 확보에 나섰다. 산지 거래 가격은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미리 배추를 팔지 않고 버텼던 농민들은 올해 재미 좀 봤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농산물의 생산량과 가격을 합의하는 계약재배보다는 수확 때 시세에 맞게 물량을 넘긴 농민들이 이득을 봤을 거란 뜻이다.

 하지만 실제 배추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고개를 젓는다. 전북 고창군에서 배추 무 등을 계약재배하는 서문택 씨(60)는 “올해 배추 가격 폭등으로 이익을 본 농민은 100명 중 1, 2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확량이 부족해 팔 수 있는 배추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다. 서 씨는 “가격 폭등을 기대하고 배추 농사를 짓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농사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키우려면 계약재배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배추 가격 폭등은 2010년 이후 6년 만이다. 2011∼2015년 배추 가격은 생산원가에도 못 미쳤다. 이에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계약재배에 나서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고 판매처를 미리 구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실제 식자재 유통업체인 CJ프레시웨이는 올해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 786곳으로부터 농산물을 사들였다. 손잡은 농가 수가 지난해 135곳의 5.8배로 늘어난 것이다. 계약재배 품목도 6개에서 8개로 증가했다. 전체 물량은 지난해보다 252% 늘어났다.

 계약재배는 농가로 하여금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경기 용인시에서 채소 농사를 짓는 조영준 씨(53)는 1년 전부터 롯데마트에 ‘조영준 농부의 모둠쌈’을 공급하고 있다. 그전까지 조 씨는 농산물을 직접 경매시장에 내다팔거나 유통인들과의 구두 계약을 통해 넘겼다. 생산비에 못 미치는 가격에 농산물을 넘기거나 아예 출하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조 씨는 “안정적인 납품처를 정해놓고 농사를 지으니 품질 좋은 나만의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종자의 국산화에도 계약재배는 한몫한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농촌진흥청 등이 개발하는 국산 종자를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키운 후 유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소비자들이 즐겨 찾지만 수입 종자 비율이 높은 양파 양배추 등이 대상이다. 아무리 좋은 국산 종자라도 농가들은 판로가 없으면 선뜻 재배에 나서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계약재배로 개선한 것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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