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는 가기 싫어”…마냥 쉬는 청년 미취업자 26만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6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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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지방대를 졸업한 박모 씨(27)는 지난해 중반 이후 취직시험에 20차례 가까이 낙방한 뒤 최근에는 취업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올 4월부터는 입사지원서조차 쓰지 않으면서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씨는 “큰 회사에는 지원해도 떨어질 게 뻔하고 작은 회사에는 가기 싫어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구직에 실패한 15~29세 청년층의 무력감에 커지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청년이 27만 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청년고용대책을 마련해도 청년층의 무력감이 계속되면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청년 미취업자 143만9000명 가운데 26만8000명(18.7%)이 미취업기간이었던 올 5월 한 달 동안 ‘그냥 시간을 보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5월(25만1000명)보다 1만7000명 증가한 것이다. 5월 중 여가활동 등 기타 활동을 한 청년이 22만1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49만 명 가까운 청년 미취업자들이 구직준비를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낸 셈이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미취업자는 공식적인 실업자는 아니지만 좌절감에 일할 준비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해석해 ‘사실상의 실업자’로 분류된다.

청년 미취업자 중 미취업 기간이 3년 이상인 사람은 5월 기준 25만7000명으로 지난해 동월 24만 명에 비해 1만7000명 많아졌다. 반면 미취업 기간이 6개월 이상~1년 미만으로 짧은 사람은 지난해 5월 16만8000명에서 올해 5월 14만1000명으로 줄었다. 미취업 상태가 길어질수록 일자리를 구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셈이다.

올 5월 청년 미취업자 가운데 구직활동을 한 사람(실업자)은 18만7000명으로 작년 5월(20만9000명)보다 2만2000명 감소했다. 희망하는 일자리가 없어 단순히 쉬고 있거나 취직의사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그냥 쉬는 청년 미취업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20~29세 청년 실업자는 올 상반기(1~6월) 기준 41만 명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20대 청년 실업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 2010년 각각 33만 명대에서 2013년 30만 명대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38만 명으로 다시 늘어난 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을 하지도 않고 직업교육도 받지 않는 이른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과 청년 실업자가 동시에 늘면서 생산활동이 위축될 뿐 아니라 출산율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실업자와 니트족이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이유가 다른 만큼 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해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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