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취업 위해 정규직 기득권 축소… 勞-政 충돌 불가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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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노동개혁 드라이브]

《 9개월 남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노동개혁 드라이브에 불이 붙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노동개혁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며 우리 경제의 재도약, 세대 간 상생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총동원령을 내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전날 “국민과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면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총대를 멨다. 내홍을 수습한 여권이 ‘찰떡공조’를 과시하며 내건 첫 과제가 노동개혁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노동 현안은 곳곳에서 격렬한 파열음을 빚어낼 만큼 민감하다. 야권도 여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의 노동개혁 드라이브가 태풍이 될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역설한 건 ‘노동개혁’이었다. 특히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청년 실업의 해소를 위해 노동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임금피크제 등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면 청년층 고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청년 일자리 문제는 청년 개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청년 고용절벽 해소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 고용을 늘린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인센티브 방안도 내놓았다. 최 부총리는 “통상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등 1단계 노동개혁 과제뿐 아니라 인력 배치 및 전환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마련 등 노동 유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2단계 방안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의 노동개혁 드라이브 전략이 구체화하고 있다.

○ “청년 일자리 위한 개혁” vs“정규직 죽이기”

여권은 한목소리로 노동개혁이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열쇠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 여부도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달려 있다”며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선 경제 활성화 노력과 함께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청년 일자리’ 프레임으로 4월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 결렬 이후 꽉 막혀 있는 노동개혁의 물꼬를 트겠다는 복안이다. 길게 보면 ‘기득권 노조’와의 대결 구도에 초점을 맞춰 여론전을 벌이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노동계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정규직 해고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 양산을 노동개혁이라고 말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 핵심은 법 개정 필요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

여권은 노동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꼽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법 개정 없이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을 개정하려면 야당과의 대립이 불가피하지만 정부의 행정 해석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은 정부 기조를 따라가면서 노사 협상의 중재자로 나서 노사 모두의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취업규칙은 채용이나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뜻한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동의 절차 없이 변경한 취업규칙도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취업규칙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60세 연장 시행과 맞물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노동계는 “명예퇴직으로 대부분 정년도 채우지 못하는데 노동자 임금만 깎아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 해고요건 완화도 뜨거운 감자

정부가 노동 유연 안정성을 강조하는 대목에도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재계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징계해고’나 ‘정리해고’보다 엄격한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주장이다. 비싼 인건비를 받는 비효율적 근로자를 해고하는 자리에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게 재계의 논리다.

이에 반해 노동계는 “근로자 생계수단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측이 자의적으로 근로자를 해고시킬 우려가 있고, 정규직을 없애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 황당한 논리라는 주장이다.

결국 노동개혁 쟁점을 둘러싼 해법을 찾기 위해선 정규직의 기득권 축소와 비정규직 보호 강화라는 두 가지 방안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석 coolup@donga.com / 세종=김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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