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친척들 얼굴 보기 불편” 도서관 틀어박힌 ‘30대 취준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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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먼 취업의 봄]
30대 이상 대학생 7만5000여명… 취업 못해 졸업후에도 고시반 전전

“명절 연휴에 집에 머물면서 부모님 얼굴 보는 것보다 학교 도서관에 나와서 공부하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해요.”

설 다음 날인 20일 서울 광운대 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인 이모 씨(30)는 오전 8시부터 학교 도서관에 나와서 토익 교재를 펼쳤다. 올해 상반기 공채 일정에 맞춰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 씨는 “설 연휴에 친척들이 어디 취직했느냐고 물어볼까 봐 평소보다 더 일찍 학교에 나왔다”고 말했다.

설 연휴 중에 학교에 들러 동아리 활동만 하고 가는 30대 대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 탁구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대학생 민모 씨(31)는 21일 “취업 생각으로 골치가 아플 때마다 탁구를 하면서 머리를 식힌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30대가 되도록 졸업을 미룬 채 동아리와 학과 활동에 전념하거나, 졸업생 신분으로 도서관과 고시반을 전전하는 ‘늙은 대학생, 졸업생’들이 늘고 있다.

연휴인 21일에도 경희대 도서관에서 취업 공부 중이던 이 학교 졸업생 최모 씨(31)는 공부에 지치면 자신이 몸담았던 과 사무실과 ‘만화그리기’ 동아리방을 찾는다. 최 씨는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면 잠시나마 취업 스트레스를 잊는다”면서 “방학과 연휴 중에도 정든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30대 대학생·졸업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에 재학 중인 30대 이상 대학생은 약 7만5000명으로 전체 일반대 및 전문대 학생(약 287만 명) 가운데 2.61%를 차지했다. 졸업 이후에도 학교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대학을 떠나지 못하는 30대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취업시장 전망도 어두워지면서 대학을 떠나지 못하는 30대 취업준비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도 고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의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한국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인력사정지수는 94로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이 전국 약 2800개의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산출하는 인력사정지수는 현재 고용 중인 인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을수록 높아진다. 이 지수는 지난해 91∼92를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94로 상승했다.

임현석 lhs@donga.com·송충현 기자
#취업#30대 취준생#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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