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입차 관세 피한 캐나다·멕시코…韓 포함여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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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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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제외가 최선 시나리오지만 “쿼터 적용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수입차 관세부과 조치가 어떤 식으로 발동될지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가 사실상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자동차 부품에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이 적용돼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 캐나다·멕시코 관세 리스크 비껴갔지만 “조건 까다로워”

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는 미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연간 수출 차량 260만대까지는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동일한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는데 합의했다. NAFTA를 대체하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은 내년 하반기 발효가 예상된다.

미국과의 협상을 마무리한 멕시코도 동일한 260만대까지 무관세 혜택을 받기로 했다. 이들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은 연간 200만대가량이다.

무관세 물량을 제한하는 일종의 쿼터제에 해당되지만 연간 수출량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무관세 수출을 보장해주는 대신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려면 북미 역내부품 비율을 62.5%에서 2023년까지 75%로 상향해야한다.

또 시간당 임금이 16달러 이상인 노동자가 조립 생산한 승용차 비중은 40%를 넘어야한다. 일정 수준 이상(70%)의 북미산 철강·알루미늄도 사용해야한다. 저임금 노동자 및 제품 사용으로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비해 낮은 가격에 팔리는 일을 막아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이에 따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자동차 업체의 비용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2016년 9월부터 멕시코 공장을 가동 중이다. 해당 공장에 들어가는 모듈, 엔진 등 주요부품은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다. 미국·멕시코 생산 부품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향 조정된 75% 조건을 맞추려면 타이어나 램프, 차량용 배터리 등의 미국산 대체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 한국車 미국 수출량 100만대 이상 “쿼터 가능성 대비해야”

이번 협정이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전제로 한 쿼터제라는 점도 감안해야한다. 무관세 자동차 수출량을 정하는 방식으로 주요 교역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만 수입차 관세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될지 여부를 예단하긴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에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정치적 실익과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복합적인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중간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주요 교역국에서 무역실리를 챙겨오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

실제 미국은 캐나다 낙농업 개방을 이끌어내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여기에 일본계 완성차 브랜드를 정조준하며 일본 정부가 공산품과 농산물을 대상으로 한 양자 무역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했다.

올해 5월 수입차 관세카드를 꺼내든지 반년 만에 곳곳에서 재미를 봤다. 일본 정부와 상품무역협상을 앞둔 미국은 캐나다 및 멕시코 때와 마찬가지로 수입차 관세를 무기로 실리를 챙기려 할 게 뻔하다. 협상 카드를 계속 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물론 우리나라는 캐나다나 멕시코, 일본 등과 다른 상황에 놓였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완료돼 미국 입장에서 굳이 수입차 관세 조치로 한국을 압박할 필요는 없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합의에 따른 호혜적 배려를 요청한 것도 이같은 논리에서다. 정부와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등 민관 외교라인도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들과 교섭을 계속하며 수입차 관세 리스크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미국이 일정 수준 이상의 실리를 챙겼다고 판단하고 한국을 수입차 관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다.

다만 주요 교역국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우리나라에도 캐나다 및 멕시코와 같은 방식의 조건을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해 기준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물량은 104만2775대다. 연간 수출량 253만194대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업체별로는 현대·기아차가 75만7000여대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무관세 수출물량을 최소 100만대 이상은 받아내야 그나마 피해를 비껴갈 수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수입차 관세가 발동될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미국이 무관세 허용물량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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