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G70,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이끄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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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年판매목표 80% 달성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은 현대자동차가 풀어내야 할 고차방정식이다. ‘렉서스는 도요타가 아니다’라는 자기 부정까지 하면서 렉서스를 글로벌 명차 브랜드로 키워낸 도요타처럼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어떤 방식으로 새로 태어나게 할지 궁금하다.”

국내 한 완성차 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국내 및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네시스가 현대차로부터 언제, 어떤 방식으로 판매망 및 서비스 네트워크 독립을 할 것인지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그만큼 뜨거운 것이다.

지난달 20일 본격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째를 맞는 제네시스 세 번째 세단 ‘G70’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G70은 19일 기준 예약 판매로만 4000대를 돌파했다. 현대차가 연간 판매 목표로 세운 5000대의 80%를 이미 달성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70은 출시 첫날부터 2100대 계약 실적을 올리며 일찌감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이대로라면 G80, G90(국내명 EQ900)과 더불어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단 라인업의 완성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제네시스 브랜드 라인업이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현대차 입장에서는 G70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모델이었다. 제네시스 럭셔리 세단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첫 단추 역할을 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이번에 출시한 제네시스 G70과 G80, G90에 이어 2021년까지 대형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3개 모델을 추가해 총 6종의 제품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G70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미국 현지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이 다시 화두에 오르는 모양새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 등 현지 언론도 지난달 “현대차가 곧 제네시스 분사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메르세데스벤츠의 마티 포트 미국지역 브랜드 및 판매 담당 책임자를 제네시스 미국법인 판매 최고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조직 재정비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미 자동차 시장에서 G80은 미드 럭셔리(Mid Luxury) 차급에서 시장 점유율 8.4%를 차지하고 있고, 프리미엄 럭셔리(Premium Luxury) 차급에서 G90의 시장 점유율도 7.0%를 얻으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6월 미국 시장조사 업체 제이디파워(J.D.Power)가 발표한 ‘2017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는 미국 유럽 일본 등 13개 럭셔리 브랜드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제네시스 분리 계획은 브랜드 출범 초기부터 있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만 제네시스 전담 사업부 조직을 꾸려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제네시스는 비용 문제로 미국 시장에서 독자 영업망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판매점 및 딜러를 통해서만 판매되고 있다. 미국 중산층을 겨냥하고 있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최고급 브랜드로 부각시키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급차 구매를 원하는 고객이 현대차 판매점에 갈 가능성은 낮다.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독립은 제품부터 판매와 마케팅, 서비스, 브랜드 홍보 전략 등 브랜드 정체성을 새로 짜야 하는 등 하나의 기업을 세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g70#제네시스#브랜드 독립#판매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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