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재규어 XE, 3시리즈·C클래스, A4의 새로운 대안

  • 동아경제
  • 입력 2015년 8월 31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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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 속도계 바늘이 3분의2를 넘었지만 차체는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속페달에 무게를 더할수록 끝을 알 수 없는 엔진의 힘이 계속 솟구쳐 나왔다. 이쯤 되면 속도에 대한 두려움과 차량에 대한 불신이 앞서기 마련인데 운전대를 움켜쥔 두 손을 빼고는 모든 것들이 평화롭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첫 선을 보이고 이 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파리모터쇼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된 재규어 XE를 지난 26일 강원도 강릉에서 시승했다. 지난 2013년 외신에서 코드명 X760(XE 개발코드명)의 첫 번째 스파이샷을 접한 뒤 한국시장 출시까지 약 2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완전변경이나 부분변경이 아닌 기존에 없던 신차가 라인업에 추가됐음을 감안할 때 그 어떤 자동차 브랜드의 신차들 보다 빠른 행보다. 그만큼 재규어 내부적으로 D세그먼트 신차가 절실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재규어 XE는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만큼 경쟁차종에 없던 강력한 무기들을 탑재하고, 재규어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XE를 통해 라인업 전체의 판매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강원도 강릉 일대 국도와 산간도로, 고속도로에서 180km의 거리를 4시간 동안 달리며 재규어 최초의 콤팩트 스포츠 세단 XE를 경험했다.

먼저 외관은 상위 모델인 XF와 XJ 등과 패밀리룩을 이루며 날렵함과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내뿜고 있다. 전면은 단단한 모양의 보닛이 팽팽하게 긴장된 근육을 연상시키고 가파른 윈드 스크린과 잘빠진 허리선은 날렵한 쿠페 스타일을 이룬다. 전조등은 재규어의 상징적인 ‘J블레이드(J Blade)’ 주간주행등을 넣어 한 눈에도 재규어 차량임을 알 수 있게 했다.
후면은 단순하지만 무게감을 더한 범퍼 디자인과 후미등에 재규어 스포츠카 F타입을 연상시키는 LED를 넣어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는 경쟁차종들과 마찬가지로 스포츠쿠페의 형태를 이룬다.

실내는 재규어 브랜드가 갖는 고급스러움과 장인정신으로 정교하게 마감된 수준 높은 인테리어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대부분의 가죽들은 질감이 우수하고 가로 배치된 센터페시아 구조는 사용하기 편리하다. 센터콘솔 상단 8인치 고해상도 터치스크린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조작이 쉽고 빠른 반응속도를 보였다. 오디오, 내비게이션, 온도 조절 등 주요 기능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수입차지만 한글지원이 완벽해 만족스럽다.
이밖에 실내는 메리디안 사운드시스템을 전 모델에 적용했고 전·후방 주차 보조장치, 보행자접촉감지시스템 등 최신 사양을 탑재했다. 다만 화려한 장비에도 불구하고 재규어 상위 라인업과 비교해 디자인 변별력을 찾을 수 없으며 엔트리 트림 수준에 맞춰 재규어 맛을 흉내 낸 듯한 감성은 조금 아쉽다.

재규어 XE의 차체는 4670mm, 1850mm, 1415mm(전장×전폭×전고)에 휠베이스 2835mm이다. 경쟁차종인 BMW 3시리즈 보단 크고 벤츠 C클래스 보다는 약간 작다. 특히 전폭의 경우는 경쟁차종에서 가장 넓고, 전고는 가장 낮아 날렵해 보인다.
디젤과 가솔린 등 총 5개의 트림으로 구성된 신차의 파워트레인은 2.0리터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탑재한 ‘XE R-스포츠(R-Sport)’, ‘XE 포트폴리오(Portfolio), ‘XE 프레스티지(Prestige)’와 2.0리터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의 ‘XE 프레스티지’ 및 3.0리터 V6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의 고성능 모델인 ‘XE S’로 구성된다. 시승은 가솔린과 디젤 차량을 차례로 했다.

경쟁차 대비 재규어 XE의 가장 큰 특징은 알루미늄 인텐시브 모노코크 차체다. 차체의 75% 이상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경량화를 실현하고 차체 강성을 더욱 높였다.

가솔린 차량의 경우 2.0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28.6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동력성능은 XE 전체 트림에서 부드러운 성향에 무게 추를 뒀다. 주행성향은 경쟁차종과 비교할 때 벤츠 C클래스 쪽에 가깝다. 1750RPM에서 시작돼 4000RPM까지 발휘되는 최대토크는 전 영역에서 부족함 없는 고른 가속성능을 보여줬다.
주행모드는 변속기에서 스포츠모드를 비롯해 좀 더 역동적인 ‘체커기’ 모양의 레이스 모드와 함께 효율성을 강조한 에코모드까지 다양하게 지원한다. 운전대는 스포츠카에 준하는 예민한 반응을 특징으로 한다. 좌우 코너가 많은 구간에서는 운전자와 한 몸처럼 움직이고 고속구간에선 돌부처처럼 무게감을 더한다. 이런 반응들은 XE 전체트림에서 고르게 느껴졌다. 다만 가솔린 모델은 가속페달을 밟은 뒤 반 박자 느리게 반응하거나 뒤에 시승한 디젤 차량에 비해 초반에 치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게 느껴져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XE 20d R-스포츠 트림은 운전자의 조작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엔진은 2.0 인제니움 터보 디젤을 탑재해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18인치 고성능 타이어와 역동성을 강조한 바디킷을 장착한 탓에 운전의 재미는 극에 달했다.

1750RPM부터 터지는 강력한 최대토크는 강원도 같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구간에서 전혀 부족함 없는 성능을 발휘했다. 50대50으로 설계된 무게 배분에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인테그럴 링크를 조합한 서스펜션은 날카로운 핸들링을 보여줬다. 부드럽고 조용하며 민첩한 움직임은 시승 내내 편안함을 선사했다. 개인적으로 가솔린 보다 디젤 차량이 주행성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밖에 재규어 XE는 계절과 상관없는 최상의 주행성능을 위해 전지형프로그레스컨트롤(All Surface Progress Control, 이하 ASPC)을 최초로 탑재했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오프로드용 트랙션시스템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자제어를 통한 지능적인 트랙션 확보가 가능한 ASPC는 눈, 빙판, 젖은 노면 등 접지력 향상이 필요한 노면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유연한 주행을 돕는 등 안정성에서도 경쟁차종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재규어 XE의 국내 공식 판매는 오는 9월부터 시작되고, 가격은 4760만~6900만 원이다.

강릉=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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