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추석 앞두고 협력사 납품대금 5兆 조기 지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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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협력사 자금 부담 덜어주려 삼성 현대차 LG 등 ‘상생 결제’

“한가위만 같아라” 붐비는 전통시장 추석이 일주일여 남은 가운데 16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이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경우 올 추석 상차림(28개 품목 기준)
 비용이 23만1355원 들 것으로 추산했다. 폭염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6.9% 상승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한가위만 같아라” 붐비는 전통시장 추석이 일주일여 남은 가운데 16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이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경우 올 추석 상차림(28개 품목 기준) 비용이 23만1355원 들 것으로 추산했다. 폭염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6.9% 상승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삼성,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이 추석을 앞두고 중소 협력사들의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해 약 5조 원에 이르는 납품 대금을 조기에 지급하기로 했다. 주요 대기업은 또 자사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지역 장터도 열고 있다. 실물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기업들의 이 같은 상생경영 움직임은 추석을 앞둔 국내 경기에 적지 않은 온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6일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10개 계열사가 1조 원 규모의 협력사 물품 대금을 예정일보다 1주일 앞당겨 지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국내 최초로 협력사 거래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협력사로부터 물건을 받으면 대금을 일주일 뒤에 지급하는 형태로 한 달에 4차례 대금을 주고 있다.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 협력사들은 물품 대금 2주 치를 추석 전에 한꺼번에 받게 됐다. 중소 협력사들이 추석 때 급전을 쓰기 위해 고리의 은행 대출을 받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삼성의 기대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물품 대금 지급 기한이 일주일로 매우 짧은 편이다. 2, 3주에 한 번 지급한다면 추석 자금 지원 규모는 2조 원 이상일 것”이라고 했다.
 
▼ 협력사 2주치 대금 한번에 주고… 소상공인 돕기 장터도 열어 ▼

같은 날 롯데그룹도 롯데백화점 등 30개 계열사가 7000억 원 상당의 물품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2만여 개 중소 협력사가 혜택을 볼 것으로 롯데그룹은 전망했다. 조기 지급은 9월 거래분에 대한 것으로 연휴 3일 전(19일)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9월보다 약 12일 앞당겨 지급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납품 대금 1조2350억 원을 당초 지급일보다 최대 25일 정도 앞당겨 연휴 전에 지급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 주요 계열사 5곳에 부품 및 원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사 40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포스코는 협력사들에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대금을 결제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17일부터 21일까지 매일 돈을 지급하기로 했다. 월 단위로 정산하는 협력사의 협력 작업비도 14일까지 실적을 모아 21일 지급할 계획이다.

LG그룹, GS그룹, 한화그룹, CJ그룹 등도 대금 지급을 많게는 한 달가량 앞당겨 추석에 앞서 중소기업의 자금 부족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은 또 1차 협력사가 2, 3차 협력사들에 자금을 원활하게 지원하도록 독려하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2017년 6월부터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물품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30일 이내에 지급할 수 있도록 7000억 원 규모의 ‘물품대금지원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8월에는 이 같은 지원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고자 7000억 원 규모의 ‘3차 협력사 전용펀드’를 추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LG그룹은 1차 협력사에 안내문 등을 보내 2, 3차 협력사에 줄 납품 대금이 추석 전에 지급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 1차 협력사들이 대기업 수준의 낮은 금융비용으로 납품 대금을 현금화할 수 있는 ‘상생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해 2, 3차 협력사에 대한 지급 조건을 개선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롯데그룹도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협약을 맺고 중소 협력사의 원활한 신용대금 결제를 돕는 ‘상생결제 제도’를 전 계열사에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중소 상공인 지원에도 나선다. 삼성그룹은 전국에 있는 각 계열사의 지역 사업장에서 임직원들이 명절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할 때 자매마을의 농축산물을 살 수 있도록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16개 계열사의 29개 사업장이 대상으로 총 502개 마을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직거래 장터, 일손 돕기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11일부터 이틀 동안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에서 삼성전자 자매마을, 농촌진흥청 협력마을, 강원도 정보화마을 농민들과 함께 추석맞이 자매마을 농축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기흥, 화성, 평택사업장에서는 13∼20일 열릴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약 369억 원어치의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해 추석 연휴 전 그룹사 임직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또 900여 가지 상품을 살 수 있는 ‘우리 농산물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신무경 yes@donga.com·배석준·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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