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제조 현장서… “잘 만든 AI, 열사람 안부럽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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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인공지능 ‘브라이틱스’, 수요 정확하게 예측해 판매 2배 쑥
쇳물 제어 포스코 ‘스마트팩토리’, 온도 편차 줄여 年600억 비용 절감
LG화학 파주공장 AI 솔루션, 유리기판 불량 99.7% 잡아내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독일법인의 가전 수요량을 분석하고 판매량을 예측하기 위해 삼성SDS의 인공지능(AI) ‘브라이틱스’를 활용했다. 브라이틱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해 주는 AI 기반 분석 플랫폼이다.

브라이틱스는 삼성전자 독일법인의 기존 판매 데이터와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 가격, 날씨 등 다양한 변수를 분석했다. 기존에는 ‘엑셀’로 수작업을 하고 최종 판단은 현장 책임자의 ‘감’에 의존하던 것들이었다. 브라이틱스를 도입한 결과는 놀라웠다. AI 수요 예측 정확도가 수작업 대비 28%포인트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수요 예측 덕분에 가전 판매는 2배 이상 늘고, 재고 처리 비용은 50% 줄일 수 있었다. 삼성전자 독일법인은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18 CIO 100 심포지엄 앤드 어워즈 세리머니’에서 AI 기반 가전 수요량 예측 시스템 사례로 ‘CIO 100 어워즈’를 수상했다.

삼성SDS의 브라이틱스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반 사용자도 2시간이면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고성능 분산처리 기술을 활용해 대용량 데이터 분석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수억 건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 시각화하기까지 일반적으로 3시간 이상 걸렸다면 브라이틱스는 10분 내로 처리할 수 있다.

‘잘 만든 AI 하나가 10명의 사람 몫을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류, 제조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AI가 접목돼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돕는 등 기존 산업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사한 사례는 많다. 포스코는 포스코포항제철소 2공장 고로에 포스코ICT와 함께 개발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2016년 6월부터 6개월에 거쳐 개발했다.

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 내부 온도는 항상 1500도를 유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숙련공이 고로 안을 엿볼 수 있는 ‘풍구’를 통해 육안으로 색깔을 식별해 내부 온도를 짐작해왔다.

지난해부터는 AI가 풍구 주변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의 비정형 정보를 분석해 고로 내부의 온도를 보다 과학적으로 점검한다. 또 출선구(쇳물 나오는 곳) 주변에 부착된 센서가 수집한 쇳물 온도를 AI가 분석해 몇 시간 후의 고로 내부 온도를 역으로 계산해내고 있다.

포스코포항제철소 2공장은 2017년 AI 적용 후 쇳물의 온도 편차를 전년 대비 25% 줄였다. 하루에 뿜어내는 쇳물양도 전년 대비 240t 늘어난 5580t을 기록해 연간 6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LG화학은 6월 경기 파주공장에 LG CNS가 지난해 개발한 AI 솔루션 ‘DAP’를 도입해 액정표시장치(LCD)의 핵심 소재인 유리기판의 불량을 판별하는 ‘비전검사’의 정확도를 99.7%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과거와 달리 대량 생산, 대량 판매가 불가능한 산업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AI 도입을 통해 소비자의 수요에 부합하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공정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물류#제조#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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