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니콘 달랑 2곳… 서울은 ‘만년 유망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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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배출 ‘0’… 유망기업 1곳뿐
투자기반 약한데다 각종 규제 발목

미국의 전동 스쿠터 공유 서비스 기업인 ‘버드’는 지난해 4월 창업하고 같은 해 9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이 회사의 가치(6월말 기준)는 20억 달러(약 2조2200억 원)가 넘는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 등을 중심으로 ‘버드’ 같은 유니콘 기업이 급증하고 있고, 유니콘(회사 가치 10억 달러 이상)이 되는 기간도 점점 더 단축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한국의 유니콘 시계는 2014년에 멈춰 있다. 한때 중국에 정보기술(IT)을 전수해주던 한국의 ‘테크허브’ 서울은 질적 성장을 하지 못한 채 ‘만년 유망주’ 신세다.

18일 글로벌 기술시장 분석회사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14년 이래 서울이 배출한 유니콘은 이커머스 기업 ‘쿠팡’과 블록체인 기술 기반 서비스 제공기업인 ‘옐로모바일’, 두 곳에 불과하다. 유니콘 배출 수에서 서울(2개)은 베이징(29개)은커녕 상하이(11개)와도 격차가 크다. 현재 한국에서 유니콘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는 화장품 제조업체 ‘L&P코스메틱’ 정도뿐이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유니콘 기업인 쿠팡의 기업 가치는 50억 달러(약 5조6000억 원)로 중국 최대 유니콘 중 하나로 꼽히는 차량공유회사인 디디추싱(560억 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는 초반 스타트업을 양산하는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한국은 유니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주도적인 모험 자본 기반이 취약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 벤처기업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정책지원금(37%)과 일반금융(23%) 등이다. 벤처캐피털(VC), 에인절투자는 0.1%에 불과하다.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도요타, 히타치 등 대기업 계열 벤처 투자펀드의 비중이 63%에 이른다.

각종 규제와 함께 성공 사례가 적다 보니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청년층 자체가 적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고혁진 한국산업기술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이디어만 갖고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벤처 생태계를 갖추는 게 우선 과제”라며 “신생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 모험자본의 투자가 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유니콘#한국경제#테크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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