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연이틀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 경제부처내 소득주도성장 우려 반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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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격차 역대 최악]5월 들어 세번째 “신축적 인상을”
올해 초 “양극화 해소책”서 달라져
일각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 겨냥”, 靑 “개입할 사안 아니다” 거리 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연일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주장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기조가 완화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자리 감소 등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정부 내에서 청와대 주도로 추진되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24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 “신축적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고용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 시장과 사업주가 느끼는 수용성(부담 수준) 등을 충분히 검토해 향후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 부총리는 전날에도 최저임금에 대해 “시장 및 사업주의 수용성을 고려해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사실상 난색을 표시한 것이다.

사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간간이 밝혀 왔지만 최근 부쩍 발언의 강도가 높아졌다. 16일에는 국회에 출석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줬다”며 자신의 종전 발언을 뒤집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김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속내를 표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 내에는 청와대 정책라인 주도로 이뤄지는 최저임금 인상이 ‘지나치게 급격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재 국회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염두에 두고 김 부총리가 의도적으로 속도조절론을 부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종류를 너무 적은 수로 제한하면 기업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가 지난해 5월에 출범하고 6월에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충분한 논의 없이 대선 공약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며 “올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최저임금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만 해도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한국 경제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옹호했다. 하지만 일자리 감소,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 등 다양한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특별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 논의에 대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됐으니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내에도 김 부총리의 속도조절론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문병기 기자
#김동연#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소득주도성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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