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투자 가속페달 밟는 이재용 부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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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한국-미국 이어 英-캐나다-러에 글로벌 연구센터 잇따라 개소

삼성전자가 한국과 미국에 이어 영국 캐나다 러시아에 각각 인공지능(AI) 센터를 세우고 글로벌 AI 인재 및 기술 확보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22일(현지 시간) 영국 케임브리지를 시작으로 캐나다 토론토(24일), 러시아 모스크바(29일)에 각각 AI 연구센터를 개소한다고 밝혔다. 세 지역 모두 대학 등 AI 연구 시설과 인력이 풍부한 곳이다.

이번 연구개발(R&D) 시설 투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년여의 경영 공백을 깨고 3월 말 유럽과 캐나다의 AI 현장을 찾았다. 자신의 눈으로 이미 격변 중인 AI 시장을 직접 확인한 뒤 전사적 차원의 AI 투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AI 시장 진입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늦은 편이다. 아마존은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탑재한 ‘에코’ 스피커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글은 최근 개발자회의(I/O)에서 미용실 직원과 실제 사람처럼 얘기하면서 예약까지 척척 해내는 ‘어시스턴트’를 공개했다.

해외 업체들은 AI 관련 인재도 수년 전부터 선점해왔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2016년 한 콘퍼런스에서 “아마존은 이미 4년째 AI를 연구 중이며 자체 AI 연구 인력은 1000명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연간 2억2780만 달러(약 2460억 원)를 AI 인재 영입에 투자해오고 있다.

구글 역시 중국 내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베이징에 ‘AI 중국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프랑스 파리, 캐나다 몬트리올에 AI 연구소를 두고 있는 페이스북은 최근 시애틀과 피츠버그로 AI 연구 거점을 확대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 삼성전자는 리더십 부재라는 암초를 만났다”며 “반도체와 TV, 스마트폰 이후 새 성장동력을 빨리 찾아야 했던 이 부회장으로선 뼈아픈 악재였다”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완제품 부문 선행 연구를 담당하는 삼성리서치(SR)는 지난해 11월 한국 AI 총괄센터를 세운 데 이어 올해 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하며 거점을 확대했다. 이번에 세 곳이 추가로 문을 열면서 삼성전자는 5개 지역에 AI 연구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한국 AI 총괄센터가 앞으로 삼성전자의 AI 관련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AI 연구의 허브로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새 연구시설을 토대로 삼성전자는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도 2020년까지 국내 600명, 해외 400명 등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삼성의 AI 연구 인력은 수백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리서치 소장을 겸임하는 김현석 소비자가전부문 대표는 케임브리지 AI 센터 개소식에서 “다가올 AI 시대에 삼성만이 가진 강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AI 추진 방향으로 △철저하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User Centric) △지속적으로 학습해 성능을 높이고(Always Learning)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지원하고(Always There) △사용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Always Helpful) △안전과 사생활을 보장한다(Always Safe)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미국 동부지역에도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I 관련 인수합병(M&A)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현석 대표는 앞서 17일 한국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이미 최대한 많은 회사를 M&A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AI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하기도 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MS)도 21일(현지 시간) 미국 AI 스타트업인 ‘시맨틱 머신즈’를 인수하며 AI 전쟁에 뛰어들었다. 시맨틱은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채팅로봇과의 대화에 AI를 적용하는 알고리즘을 연구해 왔다. 미국 CNBC는 “이번 인수가 아마존 구글 등이 주도하는 ‘AI 빅플레이어’ 대열에 MS가 합류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황규락 기자
#ai투자#이재용 부회장#삼성전자#글로벌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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