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지배구조 개편, 기존주주에 유리… ISS가 시장 호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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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안 반대 보고서 반박
“공정위도 긍정 평가한 개편안… ISS, 한국상황 몰라 심각한 오류”
“특수성 고려않고 의결권 자문… 헤지펀드와 한통속” 비판 잇달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의 발목 잡기에 16일 “시장을 호도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계에서는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같은 해외 기관투자가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현대차 “한국 상황 이해 못하는 ISS”


현대차그룹은 16일 ISS 보고서에 대한 반박문을 내고 “ISS가 내린 지배구조 개편안 반대 결정은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첫 단계는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이다. 존속법인은 미래차 기술 개발을 맡으며 그룹의 지배회사가 되고 분할법인(AS 및 모듈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이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유리한지 여부다. 현대차는 “모비스 주주에게 이익이 될 것이 확실하다”며 엘리엇과 ISS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달 29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현대모비스 분할안이 의결되면 분할합병 비율에 따라 모비스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는 존속 모비스 주식 79주와 글로비스 주식 61주를 받는다.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미래 성장에 따른 효과는 따로 떼놓고 현재 주가로만 계산해도 모비스 주주에게 이득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이날 모비스 임영득 대표도 주주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분할합병에 찬성한 모비스 주주들은 존속 모비스 사업으로 인한 이익뿐 아니라 분할 모비스와 글로비스 합병에 따른 이익도 함께 향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ISS가 한국 규제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현대차 지배구조개편은 순환출자 고리를 없애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부합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이유다.

ISS 등이 문제 삼는 분할합병 비율도 시장에서 평가한 양사의 가치비율과 유사해 모비스와 글로비스 모두에 공정하다는 게 현대차그룹 측의 설명이다. 정부도 분할합병 비율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 “의결권 자문사는 단기 투자 이익에 무게”


글로벌 의결권 자문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ISS는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해외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주주들은 ISS 권고안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재계에선 의결권 자문사 대표 격인 ISS의 판단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1000여 명에 불과한 조직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800만여 개의 안건을 처리하다 보니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거세다. 평소 엘리엇 등 헤지펀드의 컨설팅을 해주며 결정적일 때 이들 편이 돼 기업에 치명타를 안긴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등에선 의결권 자문사들이 개별 기업이나 투자가들과 이해 상충 없이 공정하게 의견을 내놓는지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대 교수는 “의결권 자문사는 금융권에 주로 조언을 하다 보니 장기적 투자 관점보다 단기적 판단을 내린다고 비판을 받는다. 단기적으로 옳아도 경영자에겐 장기적으로 옳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을 반대함에 따라 현대모비스 2대 주주로 지분 9.8%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3대 자문사 중 하나인 대신경제연구소는 이날 절차상 문제를 들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권고안을 10여 개의 국내 기관투자가에게 전달했다.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 계약을 맺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조만간 의결권 행사 권고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박성민·변종국 기자
#현대자동차#지배구조#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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