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경련, ‘정경유착 근절’ 구호로 연명할 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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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에서 허창수 현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이 유임됐다. 전경련은 조직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난국을 수습하려면 허 회장이 적임자라고 포장했지만 다른 대기업 총수들이 회장직을 모두 고사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인선이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업이 774억 원을 출연하도록 조율한 이승철 상근부회장은 물러나고 그 대신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신임 부회장에 선임됐다. 전경련은 정경유착 근절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3월에 내놓기로 했지만 조직 해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에서 탈퇴하고 554개 회원사 중 대다수가 정기총회에조차 나오지 않는 현실은 전경련이 자초한 것이다. 전경련은 정권의 요구에 따라 기업들을 들쑤시고 다녔고 기업들은 보험에 들 듯 억지로 돈을 냈다. 정경유착의 거간꾼이라는 비판을 받던 이승철 부회장은 20억 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받고 가라앉는 배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다. 전경련의 전신인 한국경제인협회는 1961년 정치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주 역량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지만 초심을 잃으면서 조직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경련 개혁안 중에는 미국 내 보수단체인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나 미국 200대 기업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 같은 경제협의체로 변신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런 단체는 자발적인 기부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경련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선뜻 돈을 내려 할지 의문이다. 전경련은 경제 개발의 주역이라고 자평해 왔지만 지금은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마저 조직 해체 여부는 전경련 스스로 결정하라며 손을 떼고 있다. 구호뿐인 개혁으로는 전경련이 설 자리가 없다.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허창수#정경유착 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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