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수뇌부 2선 후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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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경영 쇄신안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종료 즉시 미래전략실 해체, 투명한 후원금 및 기부금 집행 등 삼성그룹 경영 쇄신안이 잇달아 베일을 벗고 있다.

미전실이 해체되면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은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최악의 상황이지만 조직을 추스르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건당 1000만 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을 대상으로 사전 심사를 하는 ‘심의회의’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법무 재무 인사 커뮤니케이션팀장이 참여하는 심의회의는 매주 한 번씩 진행된다. 심의회의에서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건당 10억 원 이상의 후원금이나 사회공헌기금은 이사회 의결을 다시 거쳐야 한다. 이사회 의결 사항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모두 공시한다.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의 운영 현황과 집행 결과는 심의회의와 경영진,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가 분기에 한 번씩 점검하기로 했다. 감사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후원금은 기부금, 협찬금 등 외부 요청으로 집행한 기금을 뜻한다. 사회공헌기금은 산학지원, 봉사활동, 그룹 재단을 통한 기부 등 회사가 자발적으로 집행한 기금이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건당 500억 원 이상의 기부금에 한해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 의결을 거쳤다. 경영위원회는 사내이사로만 구성됐다. 외부에 기부하는 금액이 자기 자본의 0.5%(약 6800억 원) 이상이거나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특수관계인에게 50억 원 이상을 증여할 때는 이사회가 직접 결정했다. 삼성전자 이사회에는 사외이사가 5명, 사내이사가 4명 있다. 후원금, 협찬금, 사회공헌기금 등은 액수에 관계없이 의결 절차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의 전체 후원금 및 사회공헌기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이 보다 깐깐한 잣대를 적용할 예정인 데다 기부를 요청하는 쪽에서도 내용이 공개돼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2008년 삼성특검 수사가 종료된 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과 전략기획실 폐지 등을 포함한 경영 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당시와 같은 패키지식 쇄신안 발표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쇄신)해야 될 게 있으면 하나하나 실행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전실 해체 후 최 실장과 장 차장은 상임고문으로서 이 부회장 재판 등에 대한 조력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상임고문은 특정한 보직이 없지만 회사로 상시 출근한다. 김종중 전략팀장(사장), 정현호 인사팀장(사장)을 포함한 미전실 소속 200여 명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각 계열사로 흩어진다.

한편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도 각각 22, 23일 이사회에서 10억 원 이상의 기부금을 집행할 때 이사회 의결을 의무화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SK그룹 계열사들은 기존에 이와 관련해 명확한 규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삼성과 SK가 기부금 등을 집행하는 절차를 대폭 강화하면서 다른 기업들로도 이런 규정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삼성#쇄신안#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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