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탄 계란-싱싱 딸기크림빵 대박… 대기업-농가, 행복한 만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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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商議 상생협력사업 성과

농민은 농사만 잘 지으면 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다.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2014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 상생협력 추진본부’를 세웠다. 농민과 대기업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 이 본부의 주요 업무다. 강원 원주시에서 닭을 키우고 계란을 가공해 판매하는 ‘나린뜰’의 박귀녀 대표(64·여)도 추진본부의 도움을 받았다.


○ 농민과 기업의 동행


박귀녀 대표(오른쪽)의 나린뜰은 네이버 푸드윈도에 계란장조림을 선보인 이후 제품 주문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박귀녀 대표(오른쪽)의 나린뜰은 네이버 푸드윈도에 계란장조림을 선보인 이후 제품 주문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식당을 운영하던 박 대표가 귀농을 결심한 것은 1991년. 소일거리로 시작한 양계장이 15만 마리 규모로 늘면서 고민이 생겼다. 계란은 저장이 어렵고 가격의 등락폭이 커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다. 인기가 많은 특란이나 대란에 비해 작은 계란은 재고로 남을 때가 많았다. 남은 계란을 처리하는 데 골머리를 앓던 박 대표는 계란장조림을 생각해냈다.

계란장조림 개발에 착수한 2008년 당시에는 가공해 파는 계란장조림이 거의 없었다. 계란을 조리해 유통하려면 진공포장을 해야 했다. 쉽게 상하는 계란의 특성 때문에 방부제도 써야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계란을 버린 끝에 2010년 박 대표는 증기를 이용해 계란껍데기를 깨끗하게 까는 계란탈각법과 방부제 없이 계란장조림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두 가지 기술의 특허도 냈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판로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자체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주문을 받았지만 신통치 않았다. 돌파구는 기업을 통해 열렸다. 지난해 말 박 대표는 강원도창조경제혁신센터와 네이버가 온라인 판매 교육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여기서 네이버로부터 모바일쇼핑 플랫폼인 ‘푸드윈도’ 운영 방법과 상세한 페이지 제작 방법 등을 배웠다.

지난해 11월 네이버 푸드윈도에서 ‘꼬꼬댁 장조림’과 ‘싱싱구이란’을 팔기 시작한 이후 주문량은 열 배 가까이 늘었다. 하루 20∼30건 정도였던 주문이 하루 200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1년간 벌어들인 매출의 3배가 넘는다. 유통단계가 단순해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을 팔 수 있다. 수수료나 광고비도 없었다.

박 대표는 “네이버와 상생협력을 하면서 판매나 홍보 활동에 크게 열을 올리지 않고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앙상블

경북 영천시에서 재배하는 아기 주먹만 한 ‘미니 사과’는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영양분이 부족한 사과로 오해받았다. 2014년 
SPC그룹이 미니 사과를 재료로 ‘가을엔 사과 요거트 케이크’를 선보이면서 이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의 4배나 되는 매출을 올렸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경북 영천시에서 재배하는 아기 주먹만 한 ‘미니 사과’는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영양분이 부족한 사과로 오해받았다. 2014년 SPC그룹이 미니 사과를 재료로 ‘가을엔 사과 요거트 케이크’를 선보이면서 이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의 4배나 되는 매출을 올렸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지자체와 기업의 상생 사례도 있다. SPC그룹은 전북 익산시의 쌀, 경북 의성군의 마늘, 경남 진주시의 딸기와 인연을 맺었다. 각 지역의 대표 농산물 조달을 위해 전국 16개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역 대표 농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내놨다. 파리바게뜨가 올 1월 ‘딸기 페어’에서 선보인 딸기크림빵 등 딸기 관련 제품은 시판 45일 만에 150만 개가 팔렸다. SPC그룹은 2013년 6만7000t의 국산 농축산물을 구매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이보다 17% 증가한 7만8899t을 사들였다.

SPC그룹은 지난해 4월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경남 의령군 등과 함께 ‘조경밀 특화재배단지 구축을 위한 행복한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기업이 직접 곡물 특화재배단지를 조성하는 최초의 사례다. 단지에서는 종자 개발과 보급에서 상품화까지 모든 과정이 한번에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의령군에는 약 147ha 면적에 100여 농가가 참여하는 밀 특화재배단지가 조성됐다.

SPC그룹은 이 단지에서 지난해 2281t의 우리밀을 수매했으며, 2018년까지 우리밀의 수매량을 5098t으로 늘릴 예정이다. 우리밀 제품도 올해 10종에서 2018년에는 55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농업계와 기업의 상생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4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농식품 상생협력 추진본부’를 구축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농식품 산업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상생협력 비즈니스 모델 발굴, 상생자문단 운영, 지역 추진본부 구축, 권역별 설명회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9월 2일에는 제2회 상생협력 경연대회를 열고 농업계와 기업 간 상생협력 우수사례를 포상할 예정이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포털#농가#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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