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엔高 수혜?… 글로벌 경기침체가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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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쇼크]자동차업계 수출확대 기대감
유럽 성장둔화로 수요감소 우려… 전문가들 “엔高 수혜 한계 있을것”

브렉시트 후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로 글로벌 자금이 쏠리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강세가 지속됐던 엔화 가치는 2012년 말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줄곧 약세를 보여 왔다. 브렉시트 개표 전까지 105엔대를 넘나들던 엔-달러 환율은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100엔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국내 산업계는 엔화 강세 현상이 발생하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은 엔화 강세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자동차 업종은 수혜 전망

엔화 강세 수혜 업종은 자동차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지수는 2007년 45.0에서 2014년 48.3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경합도란 양국의 수출상품 구조의 유사성 정도를 계량화한 것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경합도가 높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업종 수출경합도지수는 69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엔화 강세 시대에 일본기업 중 자동차 등 운수장비 산업이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글로벌 기업 대비 수익성이 가장 악화된 업종은 운수장비로 업종 평균보다 6.4% 하락했다. 화학(―4.3%), 전기전자(―2.6%)가 뒤를 이었다.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 기대감이 반영돼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자동차 관련 주는 일제히 동반 상승했다.
○ 브렉시트 이후 경기 둔화 가능성은 악재

자동차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종은 브렉시트가 촉발할 수 있는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른 수요 감소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지역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우려가 있어 유럽으로 나갈 조선 물량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만 두고 생각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는 엔화 환율보다는 달러 환율이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엔화 강세를 호재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엔화 강세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를 보려면 세계 경제가 침체기로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류승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일본과 경합하는 품목의 경우에는 엔화 강세 수혜를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질 경우 엔화 강세 수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은서 clue@donga.com·신수정 기자
#수출기업#엔고#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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