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덕후’ 김준구 “웹툰 비즈니스, 열혈독자 잡아야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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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웹소설 Cell 이사 인터뷰

김준구 네이버 웹툰&웹소설 Cell 이사는 지난해 포브스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차세대 리더 12인’에 선정됐다. 사양 산업으로 인식되던 만화 분야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수익을 창출한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김 이사는 여러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신사업을 만들고 사람들을 만화 비즈니스로 끌어 모았다. 독자들은 무료로 웹툰을 즐길 수 있게 됐고 만화 창작자들은 최대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구조가 됐다. 그는 회사에서 가장 성공한 ‘만화 덕후(만화에 대해 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로 불린다. 현재 웹툰의 글로벌 사업화를 위해 뛰고 있는 김 이사를 DBR가 만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 제작자

김 이사가 웹툰 비즈니스를 하면서 무엇보자 중시한 게 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작가들을 많이 데려오는 것이었다. 유명 작가들을 찾아가 무조건 작품을 그려달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도전만화’ 제도를 만들었다. 네이버 아이디를 가진 남녀노소 누구라도 자신이 창작한 웹툰을 네이버에 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재능 있는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에 다양한 만화를 올리기 시작했다.

웹툰 비즈니스를 통해 나오는 수익을 창작자들과 나누기 위한 수익배분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특징은 수익배분 형태 및 2차 저작물 활용 여부 등과 관련한 결정권을 작가에게 부여했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 하에서 작가는 여러 수익배분 모델 가운데 하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출판시장에서는 보통 작가가 아니라 만화를 유통하는 기업이 2차 사업 등과 관련해 주도권을 갖는다. 김 이사는 “새 구조가 확립되니 2차 저작물이 많이 생기고 판권 시장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는 창작에, 네이버는 플랫폼을 확장하는데, 영상 전문업체는 영상 사업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기존에 없던 시장이 형성됐고 업계 종사자 수도 많아졌다.

●소수라도 최고의 만족감을 줘야 성공


김 이사는 “100명에게 80점의 만족도를 주기보다 20명에게 120점의 만족도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 작품을 연재했는데 100명이 “괜찮다”고 하는 것은 나중에 망할 확률이 높지만, 100명 중에 30~40명이 “최고에요”라고 엄지를 치켜드는 작품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고라는 평가를 해 준 사람들은 일반 독자들이 떠나더라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작품을 지원해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열혈 독자를 토대로 만화의 영향력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해 웹툰 유료화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김 이사는 “한 작가와 만나 술을 마시면서 유료화 방안을 고민했는데, 이 작가가 한 페이지라도 먼저 보고 싶다는 독자들의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 대화에서 힌트를 얻어 그는 미리보기 서비스를 유료로 시작했다. 예를 들어 50화까지 연재가 되는 만화가 있는데, 다음 편이 아주 궁금한 독자라면 돈을 지불하고 먼저 다음편을 미리 보여주는 방식이다. 돈을 내지 않은 나머지 독자들에게는 1주일 후 만화를 보여줬다. 그는 “작가들과 만나 많은 대화를 하면서 훌륭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지영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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