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부터 정지궤도위성까지…한국 우주개발 30년, 어디까지 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7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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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오후부터 이달 5일 새벽까지…. 숨 가쁜 일주일이었다. 30년이 채 안 되는 본격적인 한국 우주 개발 역사에서 이보다 굵직한 우주 이벤트가 한꺼번에 몰아친 적은 없었다. 발사체부터 소형위성, 정지궤도위성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발사체와 위성은 우주 개발의 쌍두마차다. 이번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2, 3일 간격으로 발사한 것처럼 발사체와 위성은 개발 단계에서도 앞서거나 뒤서며 한국 우주 개발을 이끌어왔다.

○ 위성과 발사체가 끌어온 한국 우주개척사

시작은 위성이 빨랐다. 1992년 8월,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현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1989년부터 영국 서리대와 교류하며 개발한 ‘우리별 1호’가 최초로 우주로 간 한국 위성이었다. 무게 48.6㎏에 어른 책가방 크기의 초소형(마이크로) 위성으로,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지표면 촬영과 음성자료 교신 등 과학 및 기술 실험 성격이 강했다.

당시 한국은 우주 개발 경험이 전혀 없던 우주 개발 후진국이었고 위성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위성 개발 경험이 많은 나라로부터 배우는 것뿐이었다. 아직 위성 제작 기술이 일천한 많은 국가는 여전히 이 방법을 통해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어른 주먹 두 개만 한 직육면체를 1~3개 조립하는 모듈형 초소형 위성 ‘큐브샛’이 나와 종전보다 쉽게 위성 발사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우주 강국들은 이렇게 만든 큐브샛들을 대형 위성을 발사하는 자신들의 발사체 탑재 공간에 함께 실어 발사해 주고 있다. 우리별 1호도 당시 대형위성을 실은 아리안4의 구석에 끼여 우주로 올라갔다.

당시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원들은 서리대에서 우리별 1호를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그 기술을 한국의 남은 연구원들에게 전해 우리별 2호를 만들게 했다. 이 덕분에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우리별 2호는 1호가 발사된 뒤 1년 만인 1993년에 발사할 수 있었다. 한국은 7년 뒤인 1999년,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에서 담당한 고유 위성 우리별 3호를 발사하며 독자적인 인공위성 개발국이 됐다.

2003년에는 천문우주 관측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위성 1호를 발사하면서 위성 개발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실용적인 과학 관측을 하는 과학위성을 보유하게 됐다. 소형위성 개발 전통은 이후 과학기술위성 2호(2009~2010년, 나로호 실패로 궤도 진입 실패)와 3호(2013년 발사)를 거쳐 4일 새벽 발사에 성공한 차세대소형위성으로 이어졌다. 서리대 유학 때부터 위성 개발에 매달려온 연구자들은 1999년 ‘쎄트렉아이’라는 위성 개발 기업을 설립했고 현재 세계의 소형 지구관측위성 시장을 삼분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액체엔진 성공, 28년의 묵은 숙제를 풀다

발사체도 위성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발이 시작됐다. 한국의 첫 로켓은 1990년부터 개발돼 1993년 두 차례에 걸쳐 발사된 KSR-1이다. 길이 6.7m, 무게 1.3t의 소형 1단 고체추진 로켓으로, 로켓을 발사하고 비행시키는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개발했다. 이런 로켓을 ‘과학로켓(사운딩로켓)’이라고 한다.

KSR-1을 성공시킨 뒤 2단형 과학로켓을 시도했다. 1997년과 1998년 각각 한 번씩 발사된 KSR-2는 길이 11m의 고체추진 2단 로켓으로 비행 중 2단을 분리하는 실험까지 성공했다.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보다 정확한 제어가 가능하고 원할 때 엔진을 끌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액체추진로켓에 도전하게 됐다. 2002년 발사된 KSR-3이 바로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길이 14m의 1단 액체추진로켓이다.

KSR 시리즈는 소형 과학로켓으로 다른 탑재물을 우주로 올릴 능력이 없었다. 즉 ‘발사체’가 아니었다. 한국이 시도한 첫 발사체는 2002~2013년까지 개발된 ‘나로호’다. 러시아와 공동 개발했으며 100㎏의 소형 인공위성(과학기술위성 2A, 2B)을 지구 저궤도(수백 ㎞ 상공)에 올릴 수 있도록 개발됐다. 2009년 8월과 2010년 6월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발사가 이뤄졌으나 궤도에 위성을 올리는 데 실패했고 2013년 1월 3차 발사 때 비로소 나로과학위성을 본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나로호는 한국 발사체 개발에 큰 공헌을 했지만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단 로켓을 러시아가 개발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한국은 곧바로 1단 로켓에 사용할 수 있는 중대형 액체엔진 개발에 뛰어들었다. 30t급 엔진을 먼저 시험 삼아 연구한 뒤 곧바로 중형 발사체의 1단 및 2단에 이용할 수 있는 75t 추력의 액체엔진 개발에 돌입했다. 세계적으로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 인도 중국 등 6개국만이 발사에 성공한 엔진이었다. 2002년, 0.1t의 추력을 내는 작은 분사기를 처음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16년 뒤 이들을 720개 모아 75t의 강한 추력을 내며 섬세한 통제까지 가능한 독자적인 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28일 이 엔진을 품은 길이 26m의 시험발사체는 목표(140초)를 훌쩍 넘긴 151초 동안 연료를 태우며 209km 상공까지 솟았다 낙하했다. 다음 목표인 2021년에 1.5t의 중형 위성을 싣고 우주로 날아오를 진정한 의미의 첫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더 이상 몽상이 아니리라는 확신을 주는 성공이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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