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개막식 해킹, 북한으로 위장한 러시아 총정보국 소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5일 2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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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미 정보기관 관리들 인용해 보도
“약물 복용(도핑) 파문에 따른 러시아 대표단의 국가 자격 참가 박탈에 대한 보복인 듯”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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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 해킹 사태는 북한으로 위장한 러시아군 총정보국(GRU)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2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정보기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GRU는 북한 인터넷주소(IP주소)를 사용하는 방법 등을 이용해 마치 올림픽 개막식 해킹 사태가 북한의 소행인 것처럼 꾸며냈다. 이러한 속임수는 GRU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P는 “GRU가 이번달 초 올림픽과 관련된 300여개 컴퓨터에 접속했다는 내용이 파악됐고, 민간 보안 회사들도 러시아가 평창 올림픽을 타깃으로 삼아왔다는 징후를 발견해왔다. 정보 당국도 비공식적으로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GRU는 지난달 한국에 있는 라우터(네트워크 중계기)를 해킹해 올림픽이 시작하는 날 악성코드를 유포하기도 했다. 라우터를 해킹할 경우 라우터에 연결된 네트워크를 이용해 정보 수집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공격도 가능하다고 익명의 정보기관 관리는 설명했다. 실제로 개막식이 진행되던 9일 저녁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가 다운돼 10일 오전까지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예매한 입장권을 출력하지 못한 관객들도 있다. 당시 현장 메인 프레스센터 와이파이와 IPTV가 꺼지면서 중계방송을 보며 개막식을 취재하던 전세계 취재진이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러시아 측이 평창올림픽을 해킹 타깃으로 삼은 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조직적인 약물 복용(도핑)이 의심되는 러시아 대표단의 참가 자격을 박탈한 데 대한 보복 성격으로 추정된다. GRU는 러시아 육상 선수팀이 반도핑 규정을 위반해 2016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자 도핑 테스트 결과가 담겨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침입했으며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세레나·비너스 윌리엄스 자매 등 미국 선수들의 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 측이 25일 열리는 폐막식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WP는 전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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