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애로 떠나는 무협 여행] 천애명월도의 맛 쬐끔만 보여주마!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2월 23일 10시 01분


코멘트
"이긴자는 누구이며 진자는 누구인지 새벽 하늘은 알까?"

이연걸, 임청하 주연의 '동방불패'에 등장한 노래 '소오강호'의 가사 중 하나다. 시그널 곡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KBS 토요명화에서 처음 봤던 '동방불패'는 당시 초딩이었던 본 기자에게 원래 남자였던 임청하가 무공을 익힐수록 여자가 된다는 진보적인 설정에 충격을 주며 무협의 세계에 빠지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

더욱이 이 '동방불패'가 김용의 무협소설 '소오강호'를 영화화 한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이후에는 김용의 소설을 독파하기 시작해 누런 종이책으로 남아 있던 '사조영웅전', '의천도룡기', '신조협려' 등 소설에도 손을 대게 만들면서 강호의 세계는 그렇게 학창시절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천애명월도 (출처=게임동아)
천애명월도 (출처=게임동아)

하지만 이런 무협도 급식 맛나게 먹던 학창시절을 지나 세월의 흐름 속에 점점 잊혀져 이제는 작품 제목조차 헷갈리는 기억의 단편으로 남았던 것이 사실. 그러던 중 점차 사라지던 무협의 추억을 되살리는 작품이 다시 등장해 기자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바로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천애명월도가 그 주인공.

'천애명월도'는 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게임 기업 텐센트 산하 오로라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PC용 MMORPG다. 이 게임은 '절대쌍교' 등의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색을 보여주는 무협 소설의 대가 고룡의 원작 소설 '천애명월도'의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해 개발된 작품이다.

특히, 넥슨은 이 천애명월도의 출시와 함께 인터넷 서점 '그래 24시'에 원작 천애명월도를 다시 재 번역하여 소설을 e-book으로 무료 공개하는 상당한 공을 들이는 넥슨 답지 않은 정성을 다하기도 했으니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읽어보는 것도 좋다.

앞에 가는 저 아리따운 여인은 사람이 아닌 당문이 부리는 목우로 불리는 꼭두각시다. 이상한 생각하지말자 (출처=게임동아)
앞에 가는 저 아리따운 여인은 사람이 아닌 당문이 부리는 목우로 불리는 꼭두각시다. 이상한 생각하지말자 (출처=게임동아)

처음 천애명월도를 접했을 때 눈에 띈 점은 바로 천애명월도 만의 독특한 클래스 즉 문파였다. 천애명월도는 국내 무협소설에 자주 등장하다 못해 이제는 거의 공식으로 굳어져 버린, 소림, 무당 화산을 포함한 이른바 '구파일방'이 아닌 '팔황문파'라는 거대 문파들이 무림을 주도하는 설정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창과 활, 부채와 목우(꼭뚜각시), 검과 신응(매) 등 복합적인 무기를 사용해 검에 죽고사는 무당이나, 주먹을 사용하는 소림 등 김용+국내 무협 소설의 설정에 익숙해진 무협 팬들에게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무림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기어검이나, 무형검 같이 판타지 뺨치는 설정이 난무하는 요즘 무협 소설들 보다 "이쪽이 더 현실적인데?"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말이다.

신도 뒤에 있는 매는 무려 바꿔낄 수도 있는 장.비.다 (출처=게임동아)
신도 뒤에 있는 매는 무려 바꿔낄 수도 있는 장.비.다 (출처=게임동아)

본 기자가 선택한 클래스는 '신도'였다. 천애명월도 캐릭터 중 가장 최근에 등장한 클래스인 신도는 도와 신응이라는 매를 사용하는 도흔' 효과를 남겨 공격력을 증폭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등 그야말로 공격에 특화되어 있다는 설명이 평소 기를 펴고 다니지 못하는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론, 중국 서비스 당시 신캐 버프를 너무 많이 받아 밸런스 붕괴가 생길 정도로 OP가 되어 급하게 패치 했다는 정보글이 결정적이었지만.(기자는 테라에서 검투사를 WOW에서 사냥꾼을 했었다. 그랬다.)

이런 얼굴이 홍콩영화에서 통수치는 사형으로 자주 나온다.(출처=게임동아)
이런 얼굴이 홍콩영화에서 통수치는 사형으로 자주 나온다.(출처=게임동아)

자체 머리띠를 새기고 있는 얼굴도 있다(출처=게임동아)
자체 머리띠를 새기고 있는 얼굴도 있다(출처=게임동아)

(출처=게임동아)
(출처=게임동아)

커스터마이징도 흥미로웠다. 물론 커스터마이징이 전체 게임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잘 빠진 블레이드&소울 급은 아니었지만,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추천 얼굴을 보면 대륙의 기상도 곳곳에서 느껴졌는데, 아이새도우 진한 남캐부터 홍콩 영화에서 처음에는 착했다가 나중에 흑화하는 사형 같은 얼굴, 아에 이마에 학을 새기고 나온 얼굴까지 대륙의 기묘한 취향을 담은 얼굴이 곳곳에서 보였다. 물론 여캐는 뭘 해도 이뻤다.

첫 마을의 느낌.. 뭔가 이쁘면서 난잡한 듯 한 복잡한 느낌이다.(출처=게임동아)
첫 마을의 느낌.. 뭔가 이쁘면서 난잡한 듯 한 복잡한 느낌이다.(출처=게임동아)

험난한 커스터마이징의 단계를 거쳐 본격적으로 들어선 천애명월도의 세계의 첫 이미지는 다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그래픽은 깔끔했지만, 화려하지는 않았고, 모든 기능을 펼쳐 놓은 UI는 적응하기 어려웠고, 전투에 특화된 '액션 모드'는 전투 이외에 다른 점이 불편했으며, '천애 모드'는 전투가 불편해 "차라리 두 모드를 섞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천애 모드의 설명. 마우스 보다 키보드로 공격 스킬을 사용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출처=게임동아)
천애 모드의 설명. 마우스 보다 키보드로 공격 스킬을 사용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출처=게임동아)

물론, 이러한 불편은 첫 전투 이후 말끔히 사라졌다. 화면 좌측에 있는 변경 스킬로 상황에 맞게 모드를 변경할 수 있었으며, 기본 공격 자체가 범위 공격 판정을 받아 쉽게 전투가 진행됐다. 천애명월도의 전투는 보스전을 제외하면 1대 다수의 전투로 진행되는데, 스킬 역시 다수를 공격하는 스킬과 1:1에 특화된 스킬로 나눠져 있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점이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천애명월도'는 팔황문화의 제자인 주인공이 거대한 음모를 따라 강호의 도의를 세우는 것을 큰 줄기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특히, 퀘스트 진행 중 일정 장소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스토리 모드로 진입하는 부분이 매우 매끄러워 흡사 1인 플레이로 진행되는 콘솔 게임의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물론 이벤트 스킵이 안되는 것은 매우 번거로웠지만 말이다.

튜토리얼에 등장하는 악독한 여인. 뭔가 있어보였는데 끔살된다. 개인적으로 놀란 부분 (출처=게임동아)
튜토리얼에 등장하는 악독한 여인. 뭔가 있어보였는데 끔살된다. 개인적으로 놀란 부분 (출처=게임동아)

게임 초반을 진행하면서 느낀 천애명월도의 스토리는 국내 무협보다 극적이라는 점이었다. 악한 문파에 의해 멸문지화를 당하는 가감없이 나오고, 뭔가 중요한 듯한 캐릭터도 그냥 사망해 버리는 등 고룡 작가 특유의 깔끔한 인물관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물론, 원작과 게임의 스토리는 매우 다르다. 원작의 흥미도가 높아지는 부분)

천애명월도의 튜토리얼 마지막 부분. 앞으로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출처=게임동아)
천애명월도의 튜토리얼 마지막 부분. 앞으로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출처=게임동아)

범위 공격을 사용하는 보스를 처치한 이후 진행되는 이벤트에서 등장하는 장미검 '연남비'를 만나게 되면 게임의 초반 튜토리얼은 종료되고 천애명월도의 본격적인 스토리와 함께 게임이 시작된다. "이게 다 튜토리얼이었어?" 할 정도로 다소 길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천애명월도의 초반 몰입도는 기존 온라인게임보다 뛰어난 수준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천애명월도의 모험이 기대될 정도로 말이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