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日, 무역에선 동맹 아니다” 美수입 제품에 ‘상호세’ 부과 으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높은 관세로 美에 바가지” 비난
전문가들 “실제 도입 쉽지 않아”
‘지지층 겨냥 정치메시지’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외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상호세(Reciprocal Tax)’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수입을 줄여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것이다. 아울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해 “무역에 대해서는 동맹이 아니다”라고까지 하며 무역전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13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1조5000억 달러(약 1635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중일 3국을 겨냥해 “미국에 바가지를 씌우고 50∼75%의 관세와 세금을 매기고 있다”며 “이를 계속 이어가게 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관세 때문에 미국 회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오토바이 제조사 ‘할리 데이비슨’을 예로 들었다. 할리 데이비슨이 태국에 공장을 짓는 건 태국이 미국산 오토바이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을 이용하는 나라들에 대해 ‘상호호혜적인 세금’을 많이 부과할 것”이라며 “이번 주와 다가오는 수개월 동안 자세한 내용을 듣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호세가 실제 도입되면 한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만큼 미국도 한국산 제품에 같은 비율의 세금을 매길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가가치세(10%)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한국산 제품에 같은 세금을 매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세를 높이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0%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수출품에는 면세 혜택을 주는 ‘국경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은 지난해 7월 폐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세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세제 도입을 시사해왔다.

통상 전문가들은 상호세에 대해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별로 세금 체계가 다르고 환경 규제, 전기요금 등까지 고려해 각국이 동의할 수 있는 세율을 정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상호세를 도입해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상호세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에 상호세 방안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호세가 실제 도입되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상호세(Reciprocal Tax) ::


국제 무역 거래에서 상대국이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만큼 상대국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 수입 단계에서 부과되는 관세와 달리 국내 수입 후 유통 단계에서 부과된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세종=이건혁 기자
#트럼프#무역#한국#일본#미국#수입#상호세#관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