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27개, 과징금 실제부과는 어려울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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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원장 없어 잔액확인 불가능

금융당국이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7개 차명계좌에 대해 실태 조사에 나선다. 이 회장의 해당 차명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른 후속 조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3일 열린 금융실명법 관련 유관기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계좌 중 자금 실소유자가 밝혀진 차명계좌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조해 실태 조사를 하고, 금융회사의 업무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TF를 통해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법제처는 12일 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가명, 차명계좌 중 실명법 시행 이후에도 실제 돈의 주인 명의로 바꾸지 않은 계좌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정부는 1993년 8월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통해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다. 1997년 12월 이를 금융실명법으로 대체하면서 실명제 시행 이후 실명으로 전환한 경우에는 금융자산의 5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2008년 삼성특검과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로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계좌 1229개 중 27개가 실명제 시행 이전에 개설된 뒤 임직원 등 타인 명의로 전환된 계좌다.

하지만 실제로 과징금을 물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개 차명계좌에는 2007년 12월 말 기준으로 965억 원의 자금이 담겨 있었지만, 과징금 부과 대상 기준일인 1993년 8월 12일 기준 잔액은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회사들이 당시의 거래원장 기록을 보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역시 당시 계좌기록이 없다면 과징금 부과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 시효(10년)도 삼성특검의 수사 발표일인 2008년 4월 17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국의 이번 실태 조사가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이건희#차명계좌#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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