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한손은 ‘대화 카드’ 다른손은 ‘촛불청구서’ 내밀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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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양대노총 지도부 연쇄 면담

한노총 위원장과 건배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19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건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 나가자”고 당부했다.
한노총 위원장과 건배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19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건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 나가자”고 당부했다.
“시기, 방법, 조건 등과 관계없이 자주 보자. 그래야 서로 신뢰가 생기지 않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신년사에서 일자리 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힌 문 대통령이 민노총에 대해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그간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했던 민노총 역시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 가능성을 내비치며 화답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공언해온 사회적 대화와 노사정 대타협 가능성이 커졌다.

○ 민노총, 대화 참여와 청구서를 동시에

민노총 위원장 11년만에 독대 19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주 만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민노총 위원장 11년만에 독대 19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주 만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민노총 위원장이 대통령을 만난 것은 2010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영훈 전 위원장 이후 7년 만이다. 당시에는 국제노동총연맹 사무총장이 배석했다. 7년 만에 성사된 대통령과 민노총 위원장의 만남은 회동 자체가 노사정 대화의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민노총은 이날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제안한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 참석 가능성을 밝히며 기존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민노총은 대화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동시에 요구 사항도 전달했다. 구속 중인 한상균 전 위원장 석방 및 사면이 대표적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새해 임기를 시작한 김 위원장은 이·취임식 이야기를 하며 “한 전 위원장이 현재 상태에 있는데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조속한 시간 안에 해결되려면 결과적으로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돼야 수월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여기에 민노총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와 연관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근로시간 단축 개악 반대,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 인정 등을 문서로 정리해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또 그동안 제기하지 않았던 △노사분규 사업장 문제 해결 △공공부문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 등을 새롭게 요구했다. 대화는 부드럽게 했지만 ‘촛불 청구서’만큼은 일목요연하고 확실하게 전한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요구 사항을 전달했지만 민노총이 강경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노사정 대화에 진정성과 열의를 가진 만큼 민노총도 협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화합 뜻하는 ‘삼합’ 준비한 靑

오찬에 오른 홍어 삼합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노총 지도부가 가진 오찬 간담회에 올라온 삼합. 노사정 3자 화합을 상징하는 삼곡영양밥, 삼색야채된장국 등과 함께 올라왔다.
오찬에 오른 홍어 삼합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노총 지도부가 가진 오찬 간담회에 올라온 삼합. 노사정 3자 화합을 상징하는 삼곡영양밥, 삼색야채된장국 등과 함께 올라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한노총, 오후에는 민노총 지도부를 연이어 만났다. 노동 문제를 포함한 일자리 대책이 청와대가 생각하는 집권 2년 차 핵심 정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노사정위원장 및 노동부 장관을 노동계 출신으로 임명한 것은 노동계와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노사정 대화와 이어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임금격차 해소, 노동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 등의 개혁을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한노총 지도부의 오찬에 삼곡 영양밥, 삼색 야채된장국, 삼합을 준비했다. “노사정 삼(三)자의 화합을 상징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양대 노총도 각각 선물을 준비했다. 한노총은 꽃다발과 한노총이 제작한 벽시계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민노총은 1970년 노동법 준수를 주장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일기 표구본을 전달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성열 기자
#민노총#문재인 정부#일자리#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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