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산업이 수입 산업 될 수도, 한국 게임 산업 생태계 복원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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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25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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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설명이 필요 없어도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현재 위기에 처해있다.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던 게임산업은 2013에는 -0.3%를 기록하며 감소했고, 성장률 둔화가 지속해서 이어지며 지속적인 침체기에 빠졌다.

아울러 산업 구조적으로도 양극화가 심화 됐다. 2016년 기준 국내 게임사 중 82%가 연매출 1억 미만의 회사일 정도다. 또한, 외산 게임의 영향력도 더욱 강력해졌고, 많은 중소 개발사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도산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산업의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위기 국면이다.

게임/미디어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게임동아)
게임/미디어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게임동아)

이에 금일(25일) 서울 디캠프에서는 '게임/미디어 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위기에 처한 국내 게임산업의 복원을 위해 보다 현실적이고 발전적인 정책 수립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 토론회 시행의 배경이다.

금일 진행된 토론회는 한국게임미디어협회, 한국게임기자클럽, 한국모바일게임협회, 게임개발자연대, 인디라!인디게임개발자모임, 게임인연대가 주최했다. 행사에는 문재인 캠프, 안희정 캠프, 안철수 캠프 등을 비롯한 주요 대선 후보의 정책담당자들이 현장에 자리하며 게임인들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 게임산업 위기, 정부의 규제는 제한적 영향

현재 한국 게임산업이 처해있는 위기에 대한 발제는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최승훈 정책보좌역이 나섰다. 최승훈 보좌역은 최근 한국 게임 산업의 양적으로 성장하며 위기처럼 보이지 않았을 수 있으나, 분명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규제가 게임산업의 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에는 무조건 적으로 동의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셧다운제 등이 산업의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게임 과몰입이나 사행성 규제가 산업의 위기를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근거가 미약하고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총 9회에 달하는 온라인과 모바일게임 관련 규제 완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미디어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게임동아)
게임/미디어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게임동아)

물론 정부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2009년 아이폰의 국내 도입 이후 오픈마켓 등급 분류 특혜 적용이 3년 이상 늦어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국내에서는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게임물을 내려 받을 수 없었다. 최 보좌역은 이에 대해서 한국형 모바일 인터넷 표준인 WIPI에 대한 미련과 삼성 등 디바이스 제작사 보호를 위한 방통위의 입장이 만들어낸 결과로 한국 게임사는 이 '잃어버린 3년'의 시간으로 인해 모바일게임의 선두 주자가 될 기회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또한, 게임산업 진흥원을 해체하고 한국콘텐츠 진흥원으로 강제 통합해 게임산업이 제대로 된 정부 정책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바다이야기' 사태로 깜짝 놀란 정부가 게임과 사행성의 엄격한 분리 입장에서 후퇴한 사행성 규제 정책을 펼쳐 오히려 법적으로 게임의 사행화가 전면적으로 진행되는 계기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 한국 게임산업 진짜 위기는 '양극화'

최 보좌역은 위기의 진짜 얼굴은 현재 국내 게임산업 구조의 양극화에 있다고 봤다. 특히, 모바일게임의 경우 온라인게임 시장과 달리 마켓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에, 퍼블리셔로 이어지는 위계적 시장 질서가 중소개발사의 시장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구글 플레이와 같은 마켓에 30%,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 21%의 몫을 주고 퍼블리셔의 몫을 주고 나면 대기업과 중소개발사의 수익분배구조 문제로 양극화가 심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극화가 낳은 문제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중소개발사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좁아져 중소게임사가 몰락하고 있으며, 중소게임사의 침체로 중견 경력직들이 취업 또는 창업이 어려워지고 있어 산업의 핵심 인력도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게임/미디어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게임동아)
게임/미디어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게임동아)

이뿐만이 아니다. 마케팅 우위의 시장의 되면서 양산형 게임의 등장으로 콘텐츠 경쟁력도 약해졌으며, 막대한 자금력을 확보한 대기업들이 시장에서 우위적인 지위에 자리하고 있어 공정한 경쟁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 양극화가 더 심해지며 기업 고용도 영향을 미쳐 게임업계 종사자의 노동환경까지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승훈 보좌역은 "산업의 구조적 양극화가 게임의 제작기반 붕괴로까지 이어질 경우, 한국은 게임 수출 국가에서 수입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 제작국가의 지위를 상실하고, 그저 유통국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생태계 복원은 어떻게?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 진단 이후에는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제안이 이어졌다. 최 보좌역은 가장 먼저 게임산업진흥원의 부활을 주문했다. 이를 통해 게임산업생태계에 맞는 지원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산업의 지원 방향과 내용을 단순히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중소 개발사가 중견 게임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뚜렷한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조적으로 기울어진 현재의 시장환경에서는 시장 진입까지의 비용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미디어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게임동아)
게임/미디어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게임동아)

법제도의 정비도 주문했다. 산업구조의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중소게임사와 마켓사업자, 플랫폼사업자, 퍼블리셔와의 수익분배구조의 정상화, 자율등급분류제도의 전면 시행을 막고 있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의 폐지, 사행성 있는 게임과 게임의 분리, 게임 관련 기관의 기관장 및 임원에 대한 임명제도 등을 위한 법제도 개편도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울러 최 보좌역은 게임산업 진흥 재정확보를 위해 출판업계처럼 면세 혜택을 제공하고, 면세액을 마켓사업자, 플랫폼사업자, 퍼블리셔 등에 대리 징수해 게임산업진흥기금을 조정하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 게임 단체 게임전문 기관 신설 '한 목소리'

이어서는 게임업계 단체와 전문가들의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제안도 소개됐다. 먼저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게임산업의 국가 미래전략산업으로 지정, 게임 청년인재 확보를 위한 병력특례제도 도입, 게임산업 진흥 전담 '게인산업진흥원' 설립, 과거 스크린 쿼터제와 유사한 게임산업 성장을 위한 쿼터제 도입, 게임물과 도박의 분리, 게임전문 모태펀드 확보와 투자를 제안했다.

인디라!인디게임개발자 모임은 건강한 게임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인디게임씬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양극화 해결을 위한 대책, 인디게임의 다양성 확보와 생존을 위한 방침, 인디 게임의 특성을 고려한 퍼블리싱과 마케팅, VR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합리한 게임 규제의 개선, 도박류의 게임 사업 재진입 방지 등을 주문했다.

게임/미디어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게임동아)
게임/미디어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게임동아)

게임개발자연대는 정책 수립을 진행하기 전에 정확하게 게임 산업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문제의 의식이 거시적으로 상황을 아우르는지, 해결책에 예외 조건들에 의한 구멍은 없는지, 예상되는 부작용은 없는지, 부작용 통제가 가능한지, 정책이 어떠한 시장 유인을 발생하는지, 다른 정책과 충돌하지 않는지, 대기업이나 대형 단체의 이야기만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 정책을 수립해줄 것을 제안했다.

이 외에도 중국 넷미고와 링타이거, 한국 가브린트의 브랜든 정 대표가 중국과 한국의 산업 장단점을 비교해 제안한 정책도 소개됐으며, 동양대 김정태 교수는 게임인 주도로 게임 생태계를 복원하자는 제안을 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제안을 종합하면, 게임전담 기구의 신설, 게임인 주도의 협의체 구성, 불합리한 게임중복 규제 개선, 선순환 게임 생태계 복원, 게임과 도박의 분리다. 위기에 빠진 한국 게임산업의 생태계 복원을 위한 게임인들의 노력이 정치권까지 전해져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수립의 초석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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