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미루다가… 은행 부실채권 30兆 15년만에 최대 규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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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 경영난 여파로 눈덩이… 이주열 “구조조정 적극 역할 할것”

최근 조선과 해운업을 중심으로 악성 기업 부채가 급증하면서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15년 만에 최대치인 3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미뤄둔 채 정부, 은행, 기업들 간에 ‘부실 폭탄 돌리기’를 이어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의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규모는 29조97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보다 5조7000억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42조1132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15조9553억 원)과 비교해도 거의 2배 수준이다.

은행권 부실채권 증가에는 호황기 때 과잉 투자로 몸집을 키운 조선 해운 분야 대기업들이 경기 악화로 천문학적 손실을 낸 게 직격탄이 됐다. 대기업 부실채권은 한 해 동안만 7조3300억 원이 증가해 작년 말 현재 약 17조6900억 원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이 여파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부실채권도 전년의 2배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11조 원을 넘어섰다.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0조 원으로 가장 높았지만 2년 뒤인 2001년엔 18조 원까지 급감했다.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부실기업을 털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미국 유럽 등과 달리 한국은 경제 구조개혁을 등한시한 채 오히려 ‘좀비기업’을 늘리며 부실 폭탄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충돌 양상을 보였던 정부와 한국은행은 재정과 통화정책을 적절히 배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일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구조조정#부실채권#경영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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