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3000만명 실손보험 축내는 ‘4대 부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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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부 가입자 무분별 의료쇼핑
[2] 병원 과잉진료로 보험금 줄줄
[3] 손보사 보험료 대폭 올려 메워
[4] 정부는 “민간 영역” 감독 뒷전

“실손 있으세요?”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의 한 정형외과. 어깨가 아파 왔다는 환자의 말에 진료를 접수하는 직원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가입 여부부터 물었다. X선 촬영, 의사의 진료가 끝난 뒤 곧장 상담실로 안내됐다. ‘경영기획부 실장’ 명함을 내민 상담사는 도수치료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다. 1회 20만1000원으로 전문지압에 여러 비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 치료를 묶은 패키지 상품이라고 했다. “실손에 가입돼 있으시니까, 본인 부담은 기껏해야 2만 원 정도예요. 마사지 받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죠. 10, 20회씩 끊는 분도 많아요.”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질병, 상해로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받을 경우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현재 가입자는 3083만1000명(중복 가입 포함). 국민 10명 중 6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린다.

하지만 실손보험이 고령화시대에 국민들의 급증하는 의료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제도가 되려면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매년 크게 오르는 보험료 부담이 문제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가 늘어 손해가 커지자 보험료를 빠르게 인상해왔다.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11개 손보사의 올해 보험료 인상률은 평균 12.2%. 보험료를 매년 25%까지 올릴 수 있어 5년이면 최대 3배로 늘어난다. 의료비 지출이 많은 고령자들의 가입을 보험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하는 것도 문제다.

보장한도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모든 실손보험은 동일하게 통원 30만 원, 입원 5000만 원까지만 보장한다. 하루 30만 원이 넘는 진료비가 나오면 나머지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런 탓에 보험을 해지하는 소비자도 많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4월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 계약 유지율은 5년 차가 48.5%, 10년 차는 14.7%였다.

과잉진료와 의료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병원은 실손보험이 진료비를 보상해줘 환자의 부담이 작다는 점을 악용해 불필요한 진료를 강권하거나 진료비를 부풀린다. 일부 가입자는 과도한 ‘의료 쇼핑’을 해 다른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과잉진료는 국가 건강보험 재정까지 축낸다. 진료 때마다 들어가는 진찰료, 주사료 등 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김헌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손을 놓고 있는 정부, 보험료를 올려 이득을 챙기려는 보험사, 의료서비스를 과소비하는 일부 가입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실손보험이 국가 의료시스템에 큰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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