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레인지로버 이보크…디자인·성능에 ‘심쿵’

  • 동아경제
  • 입력 2015년 7월 4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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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이성이 사야에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힐끔힐끔 쳐다보게 된다. 눈동자는 속마음을 들키기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민망함에 순간 딴청을 피우다가도 이내 상대에게 다시 시선이 향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자동차도 유독 눈길이 가는 모델이 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그랬다. 지나던 사람들도 눈앞에 있던 이보크가 사라지자 몸을 돌려가면서 멀어져가는 차체를 감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랜드로버는 이보크를 ‘쿠페형 SUV’라고 부른다. SUV에 쿠페 디자인 요소를 입혀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낮은 차체와 더불어 비스듬히 기울어지는 루프라인은 쿠페를 연상케 했다. 곳곳에 레인지로버 특유의 직선 디자인이 가미돼 이보크만의 개성을 완성시켰다. 여기에 루프와 바디의 투톤 컬러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인테리어에서도 레인지로버의 격조가 유감없이 묻어난다. 시트는 물론 대시보드와 도어, 내부 대부분 가죽으로 마감했다. 센터페시아의 직관적인 배열도 시승 내내 만족스러웠다. 커다란 변속기 대신 조그다이얼을 채택해 공간 활용도를 높임과 동시에 시각적으로 고급스러움을 전달했다. 운전석부터 뒷좌석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파노라마 선루프는 실내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이보크 디자인을 살핀 후 시동을 걸었다. 시승차는 디젤 모델인 ‘SD4 다이내믹’ 5도어. 가격은 8080만 원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시끄러운 디젤차’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보크 역시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교통체증 때문에 저속주행이 1시간 이상 이어졌지만 귀에 거슬린 건 도로위의 경적소리 뿐이다. 오토 아이들링 시스템도 조용한 실내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다만 저속에서 치고나가는 힘이 워낙 좋아 가속페달 조작에는 세심함이 필요했다. 2.2 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된 이보크는 달리려는 욕구가 강했다.

혼잡 구간을 빠져 나온 차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들어서 속도를 높였다. 순식간에 제한속도 100km/h에 올라섰다.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고, 집중하지 않으면 변속 여부를 알아채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드럽게 변속됐다. 100km/h에 동원 되는 기어는 6단 정도. 고속을 위해 3단의 여유를 남겨뒀다. 부드러운 변속이 전해주는 우아한 승차감은 오프로드와 고급 세단의 성능을 넘나드는 레인지로버 DNA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자동변속이 지루하면 패들시프트를 이용한 수동 변속도 가능하다. 처음엔 기계만큼 변속타이밍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지만 적응하는 순간 운전자 입맛에 맞는 과감한 주행을 하게했다.

곡선 주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과감한 주행도 시도해봤다. 낮은 차체에 뛰어난 접지력까지 더해져 쏠림 없이 민첩하고 편안한 운전 환경을 만들어 냈다. 사륜구동 시스템인 ‘액티브 드라이브 라인’을 적용해 안정적으로 지면을 잡아줘 코너링이 부드럽다. 시속 35km 이상 주행 시 앞바퀴에 구동력을 집중, 민첩함과 연비 향상 효과도 제공한다. 시트포지션을 최대로 낮추면 스포티한 주행감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도로 상황에 따라 주행모드를 전환하는 것도 강점이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을 탑재해 눈길이나 빗길, 진흙, 자갈길 등에서도 최상의 주행성능을 보장한다. 평행 및 직각 주차보조기능과 360° 주차거리 감지기능 역시 유용하다.

2.2리터 SD4 터보 디젤 엔진은 고압의 커먼레일 연료 분사 방식에 따라 190마력과 최대토크 42.8kg·m를 발휘한다. 안전최고속도는 195km/h, 공인 연비는 13.7km/ℓ다. 약 300km 주행을 마친 연비는 11km/ℓ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와 도심 비율은 7대3정도였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라인업은 디젤, 가솔린 모델 5가지로 나뉜다. 지난해에는 총 1329대가 팔렸다. 올 들어 5월까지 벌써 700여대 등록됐다. 이보크는 오는 9월 새로운 엔진을 얹어 국내 소비자들을 만난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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