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기차 타고 휴가 가요”…전문가 추천 철도여행 명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1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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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진수라면 역시 철도다. 무엇보다 그 리듬감이 좋다. 덜컹덜컹 삐걱삐걱…. 그게 여행길 들뜬 마음을 더 부추긴다. 기차로 여행을 떠난다면 어디라도 행복하다. 그럼에도 명소는 따로 있다.

우선 경북 봉화군 석포면 낙동강협곡의 ‘비경 길’ 트래킹 코스를 추천한다. 영동선 승부~양원 역을 잇는 산길이다. 험한 지형 탓에 철도만 있는 특이한 곳이다. 낙동강 상류의 바위산이 강물에 뚫려 협곡이 된 곳이다.

마을 간 산길도 있는데 그걸 다듬은 게 비경길이다. 이 6.5km 산길은 협곡절벽 뒤를 돌아 강변으로 이어지는데 이름에 걸맞게 비경의 연속이다. 도중 특별한 것도 볼 수 있다. 화전민 터에 남겨진 ‘리어카 나무’다. 뼈대만 앙상한 녹슨 리어카가 밑에서 움터 자란 뽕나무에 들어올려져 있다. 길은 그런 오지를 관통한다.

승부역이 세상에 알려진 건 20년 전. ‘환상선 눈꽃열차’ 운행이 계기가 됐다. 승부리는 태백~봉화 국도에서 비포장 길을 차로 한 시간 이상 달려야 닿는 오지다. 철길도 협곡절벽 물가에 겨우 들인 터라 역사도 작다. 한 역무원이 절벽에 페인트로 쓴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란 글이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협곡풍치 관광열차인 ‘백두대간협곡열차’가 운행(2013년)되면서 지금은 비경 길까지 갈 수 있다.

또 다른 철도여행 추천지는 정동진(강릉)~추암(삼척)구간의 동해안이다. 바다풍광을 ‘바다열차’로 즐길 수 있다. 좌석이 바다를 향해 배치돼 있어 앉은 채 바다풍경을 영화처럼 감상할 수 있다. KTX경강선(서울~강릉)과 연계하면 강릉~삼척 바다를 당일로 두루 볼 수 있다.

국내 철도여행은 코레일의 관광열차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관광열차는 다양한 곳을 특별한 루트로 운행한다. 바꿔 타지 않고 오갈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일반열차와 달리 안팎을 멋지게 꾸미고 여행에 특화된 설비도 갖췄다. 컬러풀한 그림과 패턴으로 외벽을 랩핑한 객차와 기관차, 가족 연인 동료가 두루 즐기는 가족 커플 그룹실 및 카페바, 전망칸, 이벤트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특별테마열차도 있다. 전국의 전통시장으로 데려다주는 ‘팔도장터’ 열차는 승객 한 명당 2만 원(운임 1만5000원 및 전통시장용 5000원 권 온누리 상품권)을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부담한다. 대도시 소비자를 데려가 온누리 상품권을 매개로 소비지출을 유도해 지방시장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충북영동와인국악열차’도 마찬가지다. 와인주산지(47개소)이면서 이곳 출신 반계 박연을 기반으로 국악고장을 자처한 영동군의 홍보열차다. 승객 두 명당 와인 한 병과 잔을 선물하는 보너스도 있다.

안보관광에 특화된 ‘평화열차 DMZ’(도라산전망대 및 철원 연천), 교육공간으로 꾸민 다목적 융합형 ‘교육열차’(E-Train), 아리랑의 산실 정선군(강원도)의 아우라지 관광을 정선장보기와 연계시킨 ‘정선아리랑열차’ 등 특별테마 관광열차도 있다.

관광열차들은 제각각 테마와 루트를 서로 결합해 전국 곳곳으로 운행하고 있다. 주로 축제와 계절명소를 찾아다닌다. 예컨대 ‘팔도장터’열차는 ‘남도해양열차’의 루트로 남원을 오가다 지리산 바래봉 철쭉제가 열린 남원공설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장을 볼 수 있는 일정으로 짜여졌다. 풍기를 찾은 중부내륙관광열차도 안동하회마을 관광과 영주365시장 쇼핑 일정이었다.

우리 철도는 운행선이 많지 않다. 연계수송체제가 미흡해서다. 그러니 대도시 간 이동 외엔 철도가 불편하다. 코레일의 관광열차는 그걸 극복하는 기능적 해결책이다. 그런 만큼 여행자에겐 관광열차가 효자다. 코레일관광개발 해밀여행사 같은 철도전문여행사도 이 관광열차를 활용해 다양한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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