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싸구려 유커 관광 졸업하고 고품격 문화 관광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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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풀리면서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이 한국을 다시 찾고 있다. 9개월 ‘한한령(限韓令)’ 기간이 유커 의존도가 높은 한국 관광 산업의 체질을 개선할 기회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쇼핑 위주의 ‘싸구려 관광’ 관행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연재한 ‘유커장성에 갇힌 한국 관광’ 시리즈에 따르면 지금까지 여행사들은 중국 현지 여행사에 1인당 8만∼20만 원의 수수료를 주고 관광객을 유치한 뒤 이 비용을 면세점이나 쇼핑센터의 인센티브로 메워 왔다.

세계 1위라는 면세점조차 유커 모객에 연간 1조 원을 쓰는 것이 현실이다. 오전엔 동대문, 오후엔 명동을 도는 ‘쇼핑 뺑뺑이’가 다반사였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단체관광이 끊긴 뒤 저가 관광 관행이 동남아에까지 확산되면서 ‘한국 관광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35달러(약 3만8000원)짜리 한국 3박 4일 관광 상품을 이용한 베트남 관광객들이 돌아가서 과연 한국을 어떻게 추억할지 끔찍하다.

관광 콘텐츠까지 부족하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재방문율은 2회 12.7%, 3회 6.7%로 급감하고 있다. 미국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3월 조사한 한국의 여행 가치는 조사 대상 80개국 중 67위였다. 정부와 관광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관광이나 힐링관광처럼 고급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 개발에 나설 때다. 의료관광객 1명이 쓰는 금액은 일반 관광객의 9배다. 전국에 미식이나 문화 같은 체험 관광 인프라를 개발해 서울과 제주 집중 현상을 분산할 필요도 있다. 보령 머드축제는 진흙이라는 특산물 하나로 올해 축제기간 열흘간 62만 명의 외국인을 유치했다. 지금처럼 싸구려 유커 관광에 의존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대한민국 브랜드도 싸구려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중국 사드 보복#중국인 관광객#유커#한한령#외국인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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